명품 웰빙코스 ‘양평 물소리길’
최근 남한강을 따라 조성된 물소리길이 명품 웰빙(Well Being)·힐링(Healing)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길을 걸으면 남한강과 북한강 두 가람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세계 100대 정원에 선정된 세미원, 천년의 연륜을 간직한 양수리 나루터, 양평 출신 독립운동가인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 조선 초기에 건립된 유서 깊은 양근향교, 진기한 벌레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곤충박물관, 예술성이 뛰어난 미술작품들이 테마별로 전시되는 양평군립미술관, 5일장이 열리는 양평전통시장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말이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물소리길을 찾는 발걸음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눈과 귀와 코가 즐거운 물소리길
고요한 늪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있는 백로 한마리, 밭을 가로 질러 앙징맞게 흐르는 개천, 가르마를 단정하게 가르고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는 논, 삐거덕 삐거덕 펌프질로 물 긷는 소리, 암탉이 “꼬끼오”하며 홰를 치고 삽살개가 짓는 소리, 아궁이에 장작불 지피는 아련한 냄새….
물소리길을 걸으면 이처럼 눈이 즐겁고 귀도 간지럽고 코도 심심치 않은 공감각(共感覺)을 즐길 수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옆구리에 물소리가 채인다는 뜻을 담은 물소리길이 대한민국 명품 트레킹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물과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펼쳐지는 물소리길을 걸으면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멀리 내다보이는 수도권 전철 중앙선 양수역에서 물소리길은 시작되며 1코스(13.8㎞)와 2코스(16.4㎞)로 이어지며 총연장 30.2㎞.
1코스는 양수역을 출발, 정창손 선생 묘소와 한음 이덕형 선생 신도비, 부용산 약수터,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 양서초등학교 등을 거쳐 국수역으로 이어진다.
2코스는 국수역에서 고들빼기마을, 진결고개, 기곡터널, 양근향교, 들꽃수목원, 곤충박물관, 양평군립미술관 등을 거쳐 양평전통시장에서 끝난다.
이 길은 전국 최고, 세계 최고의 물 맑고 풍광이 수려한 고장을 만들겠다는 김선교 양평군수의 의지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지난해 우연히 서명숙 제주올레길 이사장을 초빙,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올레길에 대해 특강을 부탁했었고 이 자리에서 뭍의 ‘올레길’인 ‘물소리길’이 태동됐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중앙선 폐선로 구간을 중심으로 자연 훼손이 적은 길, 험하지 않고 걷기에 만만한 길,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된 길 등을 중심으로 하나하나씩 오롯한 길이 만들어졌다.
예로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의 삶에도 귀를 기울였다.
미끄러운 산길에는 데크로드 대신 짚을 삼아 만든 ‘오름매트’를 깔았고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통나무다리도 놓여졌다.
물소리길 조성에 들어간 예산은 6억원.
이 가운데 길 탐사와 디자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 등 연구용역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길을 놓는데는 2억3천만원이 소요됐다.
물소리길을 걸으면 강바람이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준다.
양수역에서 굴다리를 지나 용담마을로 들어서면 바다색과 풀색이 어우러진 리본이 200m 마다 바람에 나부끼며 이방인들을 맞이한다.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는 월계골 입구에 다다르면, 정창손 묘역이 있는 사자골이 나오고 “바닥이 미끄러우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이 서 있다. 지형이 급격히 바뀌는 길의 초입마다 이같은 안내판들이 수두룩하다. 여행자가 외딴 길을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이다.
이밖에도 물소리길에는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으로 갈림길에선 더 요긴한 플레이트와 리본들이 설치됐고 출발지점에는 물소리길에 대한 기본 정보들을 설명해 주는 스타팅 가이드가 서 있다.
지형이 급하게 바뀌는 언덕이나 구릉지대 입구에는 앞으로 펼쳐질 구간 정보들을 알려주는 마운틴 가이드가 여러곳에 위치했으며 갈림길에서 방향을 제시해 주고 남은 거리도 표시해 주는 스탠드도 물소리길에서만 볼 수 있다.
양평군은 이 길을 처음 찾는 도보 여행객들에게 과일 껍질 버리지 말기, 길가 농작물 욕심내지 말기, 길가에 핀 꽃 꺾지 말기, 탁 트인 정상에 올라가 소리치지 않기, 뒤에 오는 탐방객들을 위해 안내리본 떼가지 않기, 길에서 만난 야생동물 괴롭히지 말기, 오고 가며 미소 짓고 눈인산 건네기 등을 주문하고 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물소리길을 걸으시면서 감성 여행을 즐겨 보세요.”
김선교 양평군수는 “물소리길은 각박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최적의 힐링 코스”라며 “남한강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을 즐기면서 감성 여행을 즐기는 행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을 위한’ 지역만들기 사업의 으뜸 프로젝트로 물소리길을 조성한 김 군수는 물소리길은 순수한 민간단체에 의해 추진됐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해 우연한 계기로 서명숙 이사장을 초빙, 올레길 조성 뒷얘기를 경청했었는데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명품 산책길을 만들자고 결심하게 됐고 올레길팀에게 의뢰하게 됐다.
-물소리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있다면.
물소리길은 남한강을 따라 연연히 이어져 오고 있는 양평 사람들의 스토리가 있다. 올레길은 바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물소리길은 강의 사연들을 오롯히 담고 있다.
-물소리길 최종 도착지가 양평전통시장인데.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는 양평 뿐만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의 염원이다. 전통시장이 살아야 지역경제도 산다. 특히, 양평전통시장은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거기에 물소리길까지 연결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물소리길은 남한강 자전거길과는 다르게 순수한 도보 여행객들을 위한 길인데.
양평군의 관광정책 기조는 머무는 관광에서 웰빙과 힐링 관광으로 업그레이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소리길은 웰빙과 힐링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콘텐츠이다. 특히, 물소리길을 찾는 관광객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건강을 챙기는 도보 여행객들의 천국이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