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 퇴직금 다 까먹고 빚더미… 벼랑끝 내몰린 자영업자
전자기기 제조회사에 다니던 박모씨(52)는 지난 2011년 9월 퇴직 후 안양시 동안구에 피자 가게를 차렸다. 경기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정년 퇴임을 앞둔 그에게 회사가 사직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딸을 생각해 퇴직금을 몽땅 털어 개업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만에 인근에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를 비롯해 소규모 치킨ㆍ피자 가게가 줄줄이 들어섰다.
하루 매출 10만원을 올리지 못하는 날도 허다해졌다. 인근 업체들과는 최저가격 경쟁을 벌이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피자 한판에 1만~1만2천원대 가격을 맞추다 보니 맛과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도내 4월 전체 취업자 중 영업자 비중 ‘사상 최저’
업계 경쟁 밀려 폐업 속출 상당수 빈곤층 전락 우려
결국 박씨는 지난 4월 1년6개월여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박씨는 “‘언젠가는 되겠지’하며 버텼지만 적자를 막기 위해선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채 2년도 안돼 고스란히 까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한숨 지었다.
장기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경기지역의 4월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 폭이 커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 폐업 뒤 빈곤층으로의 몰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4월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122만1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595만3천명의 20.5%를 차지했다. 이같은 자영업자의 비율은 4월 기준으로 봤을 때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98년(23.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컸던 때는 2002년 4월 26.4%였다.
문제는 김씨의 경우처럼 경기 둔화로 자영업에 몰린 서민들이 업계의 경쟁에서도 밀려 폐업에 이르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2011년 조사한 ‘경기도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경기지역 자영업자의 절반 가까이인 42%가 월소득이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자영업자도 60.3%에 불과하는 등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사회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해 폐업에 몰린 후 사실상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이날 통계청 집계를 보면 올해 4월 경기지역 전체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전년대비 3만1천명 줄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인원(2만2천명)보다 9천명 많았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는 경기에 따라 증가했다가 다시 과당경쟁으로 폐업으로 치닫는 구조가 되풀이되는데 지난 2010년에는 1년간 60만명이 진입한 후 58만명이 퇴출될 만큼 오래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며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가 사업소득이 있는 시점에 국민연금 등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출혈 경쟁이 심한 분야에는 진입 자제를 권고하며 경영컨설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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