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前 경제부총리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
‘IMF 외환 위기부터 탈출까지’ 연합뉴스TV 인터뷰
재벌들이 수익성 위주가 아닌 외형을 키우는 선단식 경영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단기외채를 마구잡이로 빌려쓰고 부실채권이 은행으로 넘어오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이처럼 우리 스스로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단기 투기자본들이 공격했던 것”이라며 “체질이 약한 사람이 전염병에 잘 걸리듯이 나라도 그렇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발언했던 것과 관련, 임 회장은 “어떤 면에서는 맞고 어떤 면에서는 틀린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 부총리는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해서 거시경제를 많이 보던 분”이라며 “1995~1996년은 물가, 재정, 일자리 모두 좋았다.
하지만 국제수지가 230억달러 적자를 내 우리 외환보유액을 다 까먹은 상태”라고 돌이켰다. 이어 “아무리 그때 사정이 좋아도 이런 상황이면 경제 중심이 국제수지에 맞춰졌어야 하는데 국내 상황만 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국민과 대통령에 보고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수지 230억弗 적자 외환 보유액 다 까먹어 스스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
美ㆍ월가 금융자본들 한국 외환위기 유도 ‘음모론’ 근본적으로 그렇게 생각 안해
임 회장은 1997년 11월19일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뒤 결정된 IMF행에 대해 “우리 스스로 수습할 수 있으면 수습하는 게 좋았겠지만 미국정부는 IMF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으면 못 도와준다고 했다.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캉드쉬 IMF 총재와의 각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내가 IMF 이사로 재직할 당시 총재 선거가 있었고 캉드쉬에게 투표했다. 그 뒤 늘 같이 일하며 신뢰를 쌓아갔던 사이”라며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외환위기 때문에 나는 부총리로, 그는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사람으로 다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IMF가 한국의 대선후보들의 동의까지 얻어달라고 한데 대해 임 회장은 “한국에만 가혹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우리 협상 단장 나이스에게 물어보니 정권 교체기에는 어느 나라이든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며 “단지 캉드쉬에게 섭섭한 것은 원래 야당 정책위의장들의 약정서로 대신하기로 나이스 단장과 합의했는데 막판에 캉드쉬가 대선후보가 직접 서명해야 한다고 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임 회장은 IMF 협상 당시 미국의 개입에 관해서도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가 찾아와 미국정부도 협상단에 참여하면 안되겠냐고 하더라”며 “미국이 협상을 주도하려고 하면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나중에 보니 립튼 미 재무부차관이 협상을 벌인 호텔에 따로 와 있었다. 사실 미국이 깊숙이 개입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임 회장은 미국과 월가 금융자본들이 한국의 외환위기를 유도했다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튼튼했으면 아무리 음모에 빠뜨리려고 해도 빠질 수가 없다. 그만큼 문제가 많았던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협상을 통해 반영한 것도 맞지만 강제적으로 외환위기를 몰고 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IMF 위기 극복을 위한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노력과 새로운 외환위기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연합뉴스TV 뉴스Y ‘대한민국 외교비사’ 2부에서 이어진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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