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신용이 힘이다]<4>해송수산영어조합법인

10대때 바지락 유통 시작해 일본 수출…신보 지원 강한 '버팀목'

“배운 것도 많지 않은 똑순이 할머니가 열심히 바지락만 팔다 보니 감사하게도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15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 사업장에서 만난 노춘자 해송수산영어조합법인 대표(65·여)는 평생을 대부도에서 바지락 한 길만을 파왔다.

대부도에서 태어나 가정환경을 이유로 일찍이 학업을 중단하고 10대 때부터 바지락을 채취해 인천 연안부두 도매상에 넘기던 때만 하더라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어느 어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다 1년간의 서울생활에 좌절, 19살 때 단순한 바지락 채취만으로는 벌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당시 큰돈인 5만 원을 빌려 채취한 바지락을 직접 유통하는 데까지 뛰어들었다.

이후 갖은 고생을 다 겪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어민에게 제값을 쳐주고 외상거래는 일절 하지 않으면서 노 대표와 거래하는 어민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1986년 대부도가 육지화된 이후 대부도의 바지락 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안면도, 태안반도 등 다른 지역 어촌계에서 먼저 노 대표를 찾아와 거래할 정도다.

대부도의 망가진 어장을 살리고자 수년에 걸쳐 7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노력이 보상받았는지, 지난 2005년 이마트로부터 납품을 제안받아 전국 100여 개 점포에 바지락을 연 40억 원 가량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노 대표는 대형마트 납품 이후 바지락의 품질 관리에도 눈을 돌려 냉동탑차, 선별기, 금속탐지기 등 첨단 설비를 들여와 깐깐하기로 소문난 대형마트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바지락 상품화에 힘썼다.

이미 일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직접 운반차량까지 끌고 노 대표를 찾아 와 바지락을 사갔다. 일본시장과 인연을 맺은 노 대표는 일본 매체에도 수십 차례 출연할 정도로 일본에서 먼저 알아본 바지락계의 ‘큰 손’이다.

현재 사업장 인근에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충족한 새 공장을 짓고 있으며, 공장시설이 올해 안에 완공되면 바로 미국과 유럽 등지로 국내산 바지락을 수출할 예정이다.

물론 연매출 170억 원의 바지락 유통업체를 만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신용보증기금은 노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어촌계에서 거래 보증금으로 수억 원을 요구할 때도, 새로운 바지락 처리시설을 들여와야 해 시설자금이 필요할 때도, 맨손으로 시작해 제대로 된 담보 하나 없는 노 대표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럴 때마다 신보는 노 대표와 해송수산의 경쟁력만을 보고 과감히 자금을 지원, 지금의 해송수산을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노 대표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어민과, 대형마트, 신보, 지자체에서 도와준 덕택”이라며 “일선에 은퇴하기 전에 대부도에 복지시설과 종교시설을 건립하는 등 작은 보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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