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키토키 유럽’ 예담북스 刊
여행서 ‘워키토키 유럽’(예담북스 刊)은 현지 사람과 걷고 부대끼며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역설한다. 무작정 현지인을 찾아가 말을 걸어보는 여행이라서 일명 ‘워키토키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같은 여행을 떠난 주인공은 대화와 토론을 위한 문화기업 ‘책 읽어주는 사람들’의 책임자 최규동, 벤처기업의 창업멤버로 승승장구하던 중 돈과 명예가 유일한 목표가 된 삶에 염증을 느껴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IT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 추광재, 법 자체에 정답이 없다며 역사와 철학ㆍ종교로 시각을 넓히며 미래를 준비하는 변호사 황경태, 마흔살에 농업현실에 뛰어들기로 작정하고 서울대와 대기업 취업 이력을 버린 농업공동체 ‘두레’의 대표 홍윤선이다.
책은 4인4색이 오롯이 드러나도록 네 가지의 스토리로 구성했다.
자전거 두 바퀴에 의지해 독일 곳곳을 돌아다닌 사회학도의 이야기가 서두를 장식한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독일의 한적한 마을 농가에 신세를 지게 된 그는 독일인 할머니가 홀로 일구는 거대한 농장에 머물며 복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체감한다. 독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통일에 대한 현지인의 속내도 전한다.
그는 농가에 머물며 주인 할머니에게 들은 교회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럽 내에서의 종교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풍스러운 건물만 남은 유럽의 기독교의 현실과 한국의 기독교를 비교 반성하며, 세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생명력 넘치는 종교에 대해 질문한다.
또 다른 여행지는 영국이다. 변호사가 찾아간 영국에서 그 유명한 대표 음식 피시앤칩스와 홍차에 얽힌 사건사고 등 직접 맛보고 들은 음식문화를 전한다. 집을 구하면서 터득한 독특한 영국만의 주거문화와 국민성을 설명하며, 다문화시대에 관용과 포용을 갖춘 자세를 권한다.
‘농부 홍씨의 서유견문록’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마지막 스토리는 유럽의 땅을 바라보는 한국 농부의 시선이다.
그의 눈에 들어온 덴마크와 네덜란드, 프랑스는 그 어떤 나라들보다 매력적인 곳이며 농업강국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환상적인 호흡이 ?은 성과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암담한 농업 현실을 타개할 대안을 제시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네 남자의 80일간의 유럽 여행은 걸으면서 마주한 장소와 건물, 역사, 인간을 탐하고 문화를 끄집어낸다. 때문에 여행서이지만 문화비평서로 분류할 만 하다. 값 1만8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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