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임청각

봄비로 깨우친 삼라만상은 더욱 선명하다. 열차가 지나간 지하도를 지나자 국보16호 법흥동 7층전탑이 보이고 그 옆에 임청각이 있었다. 영남산과 무산을 낀 협곡에 낙동강이 흐르는 풍광은 배산임수의 명당이 느껴진다. 한때 강릉의 선교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민가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던 99칸 고택을 일제가 중앙선 철도부설을 구실로 마당 가운데를 잘라내어 철길을 만들었다. 석주이상룡선생의 행적을 못마땅하게 여긴 의도적인 만행이다. 선생은 국치를 보다 못해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조상의 위패마저 뒷산에 묻은 채 비장하게 간도로 갔다. 임산부가 낀 가족을 동반한 엄동설한에 걸어서. 그곳에서 목숨을 거두었고 아들과 손자를 포함한 아홉 명의 독립유공자를 남겼으나 후손은 이 집의 소유권마저 잃었다. 애국이 매국보다 푸대접인 세상. 에라, 간고등어 구워 월영교 앞 헛제사밥집에서 독한 안동소주한잔 들이킨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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