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불량식품 단속이 왜곡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危害)하는 식품 단속보다는 원산지 표시 위반 등 적발이 용이한 단속에만 치우치고 있어서다. 주인(主因)은 단속 활동 평가제에 있다.
경찰청은 박근혜 정부의 4대악(불량식품·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의 하나인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단속 실적을 점수화하는 평가제를 일시적이나마 실시하고 있다. 단속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해 일정 인원을 특진시키는 평가제 이후 민생치안이라는 당초의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불량식품 단속이 손쉬운 점수 따기 식으로 변질돼 새로운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천경찰청이 지난 달 적발한 불량식품 관련 사범은 104명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원산지 표시 위반 사범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량식품 제조 판매 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 차원이 아닌 오로지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에 단속이 집중된 것이다.
점수제 실시, 60명 특진계획 경쟁 유발
손쉬운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만 치중
特司警과 협업, 危害식품 근절 나서야
경찰청은 최근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 100일인 6월4일까지 4대악 척결 성과가 부진한 지역은 지휘관을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천경찰청은 4대악 관련 사범 단속 실적과 관련, 60명을 특진시키기로 해 경쟁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그래서 경찰 내부에서도 단속 활동이 자칫 원산지 표시 위반 등 손쉽게 단속할 수 있는 대상으로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일고 있다.
원래 불량식품 단속은 각 지자체별로 임명된 특별사법경찰(特司警)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문기관에서 담당해왔다. 경찰 내부엔 식품 위생과 관련한 전문 인력이 없고, 현장 단속 권한도 없으며 다만 현장에서 문서로만 식품의 유통경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어서 건강 위해(危害)식품에 대한 단속에 한계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인천경찰청 산하 일선 경찰서에선 평가 점수가 저조할 경우 상부의 질책이 두려워 당장 점수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원산지 표시 위반 등 단속에만 치중하느라 기획수사는 물론 보이스 피싱이나 대출 사기범 등 지능범죄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식품안전에 대한 단속은 전문기관에서 맡는 것이 옳다. 하지만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 국민 행복과 직결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의 궁극적 책무를 지는 경찰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사경이나 식약품안전처 등 전문기관과의 협업(協業)을 통해 현장 출동 등 적극적인 단속으로 불량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악덕 업자를 뿌리 뽑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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