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0%대 중금리 대출 외면 갈 곳 없는 저신용자 고금리行

연 7~15% 중금리상품 나왔지만 은행들 리크스부담 판매 소극적 
대출한도도 300만~500만원 불과 저신용자들 결국 대부업체 노크

수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씨(62)는 지난달 캠코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은행과 카드, 대부업체 등 금융업체서 빌린 대출금만 4천만원에 달하면서 이자갚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시중은행만 거래하던 3등급의 고신용자였다. 하지만 담보력이 약한 탓에 은행문턱을 넘기 어려워 잠깐의 매출부진을 견디기 위한 방편으로 ‘카드론’을 쓴 것이 실수였다.

장사를 해서 남는 돈으로 연19%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연체에 연체를 거듭하다 신용이 9등급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시중은행에 비해 이자가 10%이상 높았지만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만 가능했어도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신용자들이 높은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고금리의 비은행권으로 밀려나면서 가계부채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지만 완화 조치로 마련된 ‘10% 중금리’ 대출은 시중은행의 외면으로 실적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저신용자(7∼10등급) 대출 중 비은행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비중은 각각 65.5%, 5.5%로 2010년 보다 0.8%p, 0.9%p 증가한 반면 시중은행 대출은 1.7%p 감소했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 대출을 제한하면서 비은행 금융기관과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저신용자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신용자(1∼4등급)의 금융권 금리격차가 9.7%p인데 비해 저신용자는 19.6%p로 무려 두 배 이상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시중은행에 저신용자를 위한 연10%대의 중금리 대출상품 판매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7월에 국민은행이 ‘행복드림론Ⅱ’ 출시를 시작으로 우리은행이 ‘희망드림대출’을 내놓는 등 8개 시중은행이 연7∼15%대 대출상품을 속속 출시했지만 이들이 올린 대출실적은 120억원(3월 기준)에 불과해 단순 ‘면피용’에 그쳤다.

해당 상품의 대출한도가 300만∼500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부실 우려로 시중은행이 판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내 한 여신담당자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인 만큼 은행으로서는 위험이 크다”면서 “이 때문에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 은행영업감독팀 관계자는 “금리단층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로 일시 개선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현재 각계의 의견을 들어 내부적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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