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명품 귀족, 알맹이는 할부의 노예

카드 빚 허덕여도 명품은 내 자존심 구매자 30% “할부금 시달려”

“카드값을 갚느라 생활이 빠듯하지만 명품 구입을 안 할 생각은 없습니다.” 수원에 사는 박모씨(28ㆍ여)는 지난 달 유명 명품 브랜드인 B사의 가방을 220만여만원에 구입했다.

지난 연말 구입했던 명품 가방의 카드 할부금이 남아 있는 터라 이까지 더하면 한 달 수입의 3분의 1가량이 카드대금으로 빠져나가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자신감을 올려주는 것 같아 구입했다”며 “명품 가방을 들때면 빚 걱정 따윈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고가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해외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소비자가 카드 할부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박씨의 경우처럼 계속해서 구매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명품 선호현상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20세 이상 수입명품 구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해외명품브랜드 구매 행동’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29.8%)이 “신용카드 결제 후 할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국내 명품 시장규모가 지난해 5조원을 넘는 등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리하게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품에 대한 애착은 소비자들을 짝퉁과 중고품 시장에도 눈을 돌리게 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 61.8%는 짝퉁상품이나 중고품 구매를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수의 소비자(84.8%)들이 해외명품 가격에 대해 ‘품질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대답했지만, 응답자의 대다수(84.8%)가 향후에도 명품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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