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엉터리 관청이 있다니 눈귀를 의심케 한다. 본지가 최근 3회에 걸쳐 보도한 ‘관행적 비리 준설공사, 혈세가 새고 있다’는 기획기사를 보면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인천항만청)의 업무 양태가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항로 준설공사 발주처인 인천항만청이 준설 진척상황을 현장에 나가지도 않고 업체가 제출한 서류만 보고 형식적으로 확인하며, 관리·감독은 물론 기성검사조차 구태적인 ‘관행’이란 이름으로 건성건성 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걸 공사업체에 맡겨 업체가 건네주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자료가 조작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렇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인천항만청엔 준설작업 등에 대한 전문 인력과 장비가 전혀 없다. 대부분 감독관과 검사관은 토목 등 기술직이 맡지만 도면 정도만 해독할 수 있을 뿐, 그 외 지식은 0점이다. 배의 좌표와 속도 등 실제 수심측량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또 음파탐지기 등 수심을 측량할 수 있는 장비도 없다. 이러니 ‘한심’하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있겠는가.
장비도 없고 검사관 수심측량 지식 전무
현장에 안 나간 채 업체 서류에만 의존
구태적 ‘관행검사’가 바다 속 비리 잉태
한 때는 각 지방청별로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측량선이 있었으나, 수십여 년 전 인력 감축 및 예산절감 등을 이유로 모두 없애버렸다. 상급기관의 무지의 소치다. 지방청의 역량부족과 무기력, ‘될 대로 되라’는 무사안일의 결과다. 그러니 기성검사와 관련된 체계적인 매뉴얼도 있을 리 없다.
이런 약점들을 악용한 한 건설업체가 송도 신항 항로준설 공사 기성금 40억원을 부풀리고, 공사 선급금 46억원을 편취하는 등 86억원을 챙겼다가 최근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또 이 업체에 공사를 주는 조건으로 업체 대표로부터 수 천만 원을 받은 관련 과장도 구속됐다. 대충 대충하는 ‘관행적 검사’가 바다 속 비리를 잉태한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인천뿐만이 아니다. 2009년엔 평택항만청에서, 지난해엔 부산항만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항만청은 이제 요령부득의 어리석은 일을 접어야 한다. 더는 악덕 업체에 속고, 속아주지 말고 실력이 없으면 아예 기성검사를 측량 전문 업체에 의뢰하거나, 한국해양조사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겨야 한다. 다음으로는 장비와 인력을 보강하는 일이다. 항만청 관계자는 또 예산타령이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인천항은 지리적 특성상 북항 인근이 2년여, 인천항 인근은 3~4년 주기로 준설공사가 이뤄져야 함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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