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은 당연히 근로자 일하는 날?

중기 절반이상 정상 근무 “누굴위한 근로자의 날인가”

법 제정 50년… 여전히 현장선 깜깜 “혹시나 쉴까?” 올해도 기대 무너져

대체휴일ㆍ추가수당도 먼나라 이야기 “쉬쉬하는게 업계 현실… 더 서러운 날”

부천의 한 블랙박스 부품업체에 근무 중인 이모씨(31)에게 ‘근로자의 날’은 딴 세상이야기나 다름없다. 지난 2011년부터 2년 넘게 이곳을 다녔지만 휴무는커녕 추가근로 수당조차 받아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 올해는 ‘쉴까?’하는 기대에 휴무 하루 전까지 기다려 봤지만 올해 역시 사장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이씨는 “법적으로 휴무가 보장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대기업이나 일부 중견기업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남들 쉴 때 못 쉬고 일할 때가 가장 서럽다”고 토로했다.

성남의 한 IT업체에 다니는 박모씨(30) 역시 회사 요구로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하기로 했다. 항상 인력이 상주해 서버를 관리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명절이나 주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휴일근로수당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

입사한 지 3년이 돼 가지만 단 한 번도 계상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휴일근로를 하면 평시의 1.5배를 수당으로 받는다는 사실조차 최근에 알았다”며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있어도 ‘쉬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업계 현실이다”고 씁쓸해했다.

근로자의 날이 제정된 지 올해로 50년이 흘렀지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정상출근을 하거나 일을 해도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취업포털 ‘잡 코리아’가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562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날 휴무 계획’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절반을 넘는 53.7%(302명)가 ‘정상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근로자의 날’은 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지난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규정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이날 근로를 할 경우 주 휴일과 같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휴일이므로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또 근기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으나 행정해석에 따라 사전에 근로자와 합의한 날짜에 ‘대체휴일’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중소기업은 근로자의 날에 일을 해도 추가수당이나 대체휴무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정상근무자 중 유급휴가 대신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63.7%가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수당ㆍ휴가 등 보상대책이 마련됐다는 응답은 14.5%에 불과했다.

김영미 노무법인 태일 노무사는 “법이 제정된 지 5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 제소를 통해 미지급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