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중파 TV에서 ‘가상 결혼’과 ‘짝’ 찾기가 유행하며 대중은 왜 열광하는가, 왜 연애에서 양다리가 정상적으로 여겨지고 섹스는 시시한 일이 되어버렸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까지 동영상 속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는가….
‘유동적 현대(Liquid Modernity)’의 주창자로 불리는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이 같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풍경과 곤경에 대해 인문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출간된 ‘리퀴드 러브-사랑하지 않을 권리’(새물결 刊)다.
사회학자 바우만은 현재 영국 리즈 대학 명예 교수로 재직중이다. 초기에 영국 노동운동과 계급 문제를 연구, 점차 근대성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다수의 저작을 선보였는데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을 가지고 현대인의 불안정한 삶의 양식을 설명하는 연작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는 ‘21세기는 유대 없는 인간의 세기가 될 것이라며 현대의 불안과 위험에 바치는’ 책을 펴냈다.
21세기의 인간은 유대 없는 인간이라니, 이메일ㆍ트위터ㆍ페이스북 등 온갖 관계망으로 그물처럼 얽혀 있어 관계의 ‘피곤’이라면 모를까 관계의 ‘빈곤’은 잘못된 진단처럼 느껴진다.
이에 대해 바우만은 ‘피로를 느낄 정도로 관계가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모든 ‘유대’와 (진정한) 관계가 모두 사막화된 현대의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관계가 사라진 유동적 현대에 고독을 퇴치하기 위한 애처로운 몸부림이 사랑과 성적인 부분에서까지 엽기적 시도가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최첨단 제품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물신주의 역시 현실의 처참한 빈곤을 가리는 화려한 분장술이며,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 진학과 치열한 공무원 시험 등의 청년층 이상 현상은 인간 자체가 상품이 되어버린 자본주의 시대를 방증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어버린 사회 변동에 가장 심하게 충격받는 것은 성, 사랑, 유대, 연대 등 ‘인간성의 보루들’이라고 지적한다.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이것들 역시 소비재로 바뀌기 위해 가장 급격하고 철저하게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제 결혼과 성 등은 ‘우리 결혼했어요’나 ‘짝’과 같은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삶이 고단해지면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인 사랑 그리고 성, 유대, 연대 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를 극복할 수 방법은 존재하는 지 고민케 하는 저자의 성찰이 돋보인다. 값 1만8천5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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