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제조원가’ 제자리 ‘납품단가’… 상생은 없다 대기업 여전히 ‘슈퍼 甲’
최근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로 자리잡고 있지만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쥐어짜기는 여전해 중소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시에서 건설 피복업체에 반제품을 납품하는 화학제조 A업체는 최근 2년간 원자재 가격이 25%가량 올랐지만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2차 협력업체라는 ‘을’의 입장에서 협력사나 대기업 등에 원자재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사 대표 김모씨(50)는 “직원 20여명의 인건비와 전기료, 가공비 등 고정비도 해마다 5~10% 오르는데 최근 2년간 고정비는커녕 오른 원자재 가격도 거의 반영이 안됐다”며 “대기업은 가격이 안 맞으면 더 싼 업체와 관계를 맺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 정당한 가격 요구도 할 수 없어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거나 매출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격 안맞으면 더 싼 업체와…”
거래 중기 54% “가격 부적절”
무리한 경쟁… 단가↓ 불가피
이어 “중소기업은 해마다 오르는 고정비를 스스로 감당하려다 보니 싼 자재를 들여 제조해 불량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납품 단가가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중소제조업체 2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제조업의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제조원가는 최근 2년간 8.3%가량 상승했지만 납품단가는 0.8%인상되는 데 그쳤다.
이로인해 중소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인 54%가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에서 부담하는 제조원가는 해마다 올랐지만 대기업 등에 납품하는 단가는 무리한 가격경쟁과 원자재 가격 인상 미반영 등으로 ‘제자리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적정한 납품단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10명중 6명이 ‘무리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납품가격 인하 불가피’(32.4%), ‘원자재 상승요인 있으나 가격인상 거부’(28.7%)를 들었으며 10명 중 2명은 ‘원자재 가격 인상 반영이 충분치 않다’ (18.5%)고 답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거래 시 경험한 불공정거래로 대기업이 계약체결 시 발생되는 비용이나 고정 수수료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거나, 대기업의 요구에 무조건 맞추다 적자가 나 자구책으로 경비를 줄이려 인원 감축을 한 경우 등이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하도급법상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 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대ㆍ중소기업의 공정거래가 주요하게 부각되는 시기에도 중소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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