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문구점,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동네 문구점이 사라진다

대형마트ㆍ인터넷서점에 ‘준비물 없는 학교’ 치명타

한달 수입 50만원대 불과 지난 10년간 1천여곳 문닫아

학생들에게 ‘별천지’였던 동네 문구점이 하나 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인터넷 서점의 발달, ‘준비물 없는 학교’ 지원제도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며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 인근의 A문구점. 40㎡남짓한 공간에는 공책, 볼펜, 매직 등이 진열돼 있었고 한편에는 멜로디언, 리코더, 스케치북 등이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 보관돼 있었다.

주인 김모씨(61)가 28일 오전 11시까지 판매한 금액은 달랑 2천900원이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매출이 10만원은 넘었는데, 지금은 하루 2~3만원을 팔기 일쑤다. 잘해봐야 한 달 수입 50만원선으로 월세 35만원과 전기료를 빼면 남는 게 없는 달이 허다하다.

김씨는 “새학기면 항상 실내화 백켤레는 나갔다. 덩달아 신발주머니도 팔렸는데 요즘엔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구입하면서 이번 학기엔 열 켤레도 못 팔았다”며 “공책은 일주일에 한 권 팔면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네 문방구의 경영난이 가중된 것은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를 시행하면서 학교에서 학습 준비물을 일괄적으로 구입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부터다. 이에 더해 식약처는 지난 21일 불량식품 근절을 외치며 학교 인근 문구점에서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김씨는 “학습준비물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건 좋지만, 우리 같은 영세상인들도 먹고 살 수 있게 대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조만간 식품류를 팔지도 못하게 한다던데, 학습 준비물을 사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을 끌 수 있는 품목의 판매를 막는 것은 문 닫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수원시 팔달구의 B문구점은 10년 간 인근 6곳의 문구점이 폐업을 하는 동안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구점이다.

다행히 인근에 학원 10여곳이 들어서 있어 하루 수입 15만원 선으로 장사가 꽤 되는 편에 속하지만,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운영자 오씨(54ㆍ여)는 “문구점은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 3년 이내에 접을 생각”이라며 “문구점이 없어지면 도화지 한 장을 사려고 해도 마트를 가야하는 현상이 발생할 텐데 , 준비물 없는 학교도 좋지만 골목 문방구를 살릴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역의 소매 문구업은 지난 2000년 4천687개에서 2010년 3천534개로 10년만에 1천여곳이 문을 닫았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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