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하는데… 소고기값은 그대로
작년보다 28% … 농민들 “되레 파는 게 손해”
복잡한 유통과정 거치며 납품가는 같거나 올라
한우 값 폭락으로 산지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반면 복잡한 유통과정 등으로 일반 식당의 소고기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9시30분께 안성시 금광면의 경매 우시장에는 암소 6마리와 수송아지 20마리가 1번부터 26번까지의 번호표를 단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년 전만 해도 90마리의 한우가 들어갈 수 있는 경매장 장터는 발딛일 틈 없이 소와 농민들이 한데 섞여 북적였지만 최근 ‘파는 게 손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 값이 하락하자 거래에 나온 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날 안성 경매 우시장에서 거래된 소들의 평균 가격은 수송아지 173만원, 암송아지 91만원으로 지난해 안성 경매 우시장에서 거래된 가격보다 28% 가량 하락했다.
경매에 참여한 장모씨(43)는 “소 한마리를 200만원에 사다가 사료값 380만원에 부대비용까지 하면 2년간 경비가 600만원에 달하는데 팔 때는 큰 소 500만원으로 오히려 손해가 나고 있다”면서 “다들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정책 자금 등으로 생긴 빚 때문에 당장 놓지도 못하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한우 산지 가격은 폭락했지만,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우 가격은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크게 부풀려지고 있다.
이날 수원시에서 한우를 취급하는 A식당은 소값 하락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1인분당 천원씩 가격을 올려 한우 생갈비 1인분(250g)과 한우 양념갈비 1인분(270g) 을 각각 5만3천원, 4만2천원에 팔고 있었다.
또 다른 B식당도 마찬가지로 한우 생갈비 1인분(240g)은 5만3천원을 받았으며 한우등심 170g 4만9천원, 한우 양념갈비 280g 3만9천원이었다.
A식당 관계자는 “한우를 납품 받을 때 가격이 1년 전과 똑같거나 오히려 올랐다”며 “산지 가격이 내렸다고 해도 우리가 구입할 때의 가격과는 전혀 상관없고 인건비,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식당에서도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13’에 따르면 소고기 유통비용이 전체 소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2%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구조의 체질 개선 없이는 산지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병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우 가격의 비대칭성은 유통구조 최소화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한우 소비 패턴 다양화, 가격 공급과 수급의 불규칙 해결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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