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원성에 고개숙인 대기업표 토마토

동부팜한농, 화성 유리온실 사업 손 뗀다
농민들 생존권 위협 반발에 중단 결정

동부팜한농이 대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본보 1월22일자 1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화성 화옹지구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동부팜한농과 동부팜화옹은 26일 ‘안타까운 심정으로 화옹 유리온실사업을 중단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고 한국 농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고자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기업농 육성 등 농업경쟁력 강화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농식품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취지에서 영농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횡포로 비춰져 고민 끝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부팜화옹은 467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화성 화옹간척지에 15㏊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규모 유리온실을 완공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토마토는 일본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홍콩 등으로 수출할 계획으로 최근 첫 토마토 수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농업생산에 뛰어들어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사업 철수를 요구했고, 농자재와 비료 등을 생산하는 동부팜한농을 비롯해 동부그룹 불매운동까지 벌이며 동부를 압박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동부팜한농은 지난 20일 농민단체와의 토마토 공동생산, 농민단체 소속 회원의 사외이사 선임 및 경영 참여 등의 상생모델을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농민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의 대·중소기업간 상생경영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도 동부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동부팜한농이 유리온실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이미 투자한 380억원을 보전받는다고 해도 기회비용 등 상당한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부팜한농은 온실단지를 농림수산식품부 주도아래 농협 및 농민단체들에게 매각토록하는 방안을 농식품부와 협의 중이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며 느닷없이 골목상권을 침해한 기업인 양 매도하는 목소리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차질없이 사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주체가 나타날 때까지는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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