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 반장선거는 대통령 선거 뺨칠 정도로 조직적이고 치열하다. 반장선거를 위해 스피치 학원에 다니는가 하면 유명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까지 찍는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재래시장 떡집 아들 안석뽕의 좌충우돌 전교 회장 출마기를 담은 ‘기호 3번 안석뽕’(진형민 著ㆍ창비刊)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창작 부문 대상 수상작인 작품은 어쩌다가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시장 떡집 아들 안석진이 건어물집 아들 기무라와 순댓국집 손자 조조, 달랑 두 명의 선거 운동원과 함께 기상천외한 선거 운동을 벌이는 이야기다. 교문 앞에서 한복을 입고 앉아 태연히 붓글씨를 쓰는 석뽕이와 그 옆에서 팔도 민요 메들리를 틀어 놓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기무라, 연지 곤지 찍고 가래떡을 한삼처럼 휘두르며 춤추는 조조의 모습에 유쾌한 웃음이 터진다.
그 속에 재래시장 앞에 들어선 대형 마트 문제를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놓은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 날카로운 주제 의식을 전하면서도,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생기 있는 캐릭터들과 유쾌 발랄한 에피소드들이 시종 웃음을 자아내는 점이 매력이다.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 입말을 생생하게 살려 내 어린이 독자의 공감대를 사기에 충분하다.
뭐 하나 잘하는 것 없고, 잘생기지도 않고, 부잣집 아들도 아닌, 그저 그런 아이 안석뽕이 펼치는 전교 회장 선거 분투기를 보며 독자들은 과연 안석뽕이 담임 선생님의 불신과 다른 후보들의 비방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이겨내고 전교 회장에 당선될 수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흥미진진하게 선거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값 9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