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8경에 대해 역사왜곡 논란이 빚어지면서 수원시가 추진하는 ‘수원 춘추8경 제작’사업이 1년이 넘도록 답보상태에 빠지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시는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해 3월 시민공모까지하고도 수원8경 제작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20일 수원시에 따르면 1986년 기노철 화백이 그린 ‘수원8경’ 사용이 저작권 문제로 논란이 되자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운 수원8경을 제작키로 했다.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1월27일 문화예술 및 역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수원춘추8경 제작을 위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용국(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은 1927년 일본인 ‘나이또오’(內藤倫政)가 쓴 ‘고적과 풍속’의 수원8경 내용을 수원시사(1986년)가 그대로 전재했다며 수원8경이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선정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처럼 수원8경에 대해 역사왜곡 논란이 일자 시는 지난해 3월 기존 수원8경을 폐지키로 하고, 새로운 수원 8경 선정을 위한 시민 공모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공모된 177곳 중 ‘용연에 비치는 방화수류정’, ‘수원화성 둘레길’, ‘석양에 비친 서북공심돈’ 등 8곳이 심사를 거쳐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러나 새롭게 결정된 수원8경 제작사업은 또다시 고착상태에 빠졌다. 시민공모작 선정 이후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 등이 기존 수원8경이 일본인에 의해 선정된 게 아닌 우리 조상이 만들었다는 증거 자료로 고종 때 제작된 ‘화성8경’ 시 병풍과 1912년 매일신보에 실린 ‘수원8경가’를 제시하며 기존 수원8경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8경선정위원회는 “우리 조상이 만든 사실이 분명해졌으니 기존 8경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구전된 내용을 기록한 자료는 인정할 수 없다. 새로운 수원8경을 정해야 한다” 입장으로 대립하며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사업추진 주체인 시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수원8경 화보제작은 물론 수원8경 자체를 지정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인 함모씨(33ㆍ매탄동ㆍ여)는 “시민 공모가 수원8경 제작사업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수원8경에 관심을 두고 공모에 참여한 시민들은 많이 허탈해 할 것”이라며 “시가 정확하게 알아보지 않고 섣부르게 사업을 추진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기존 수원8경에 대한 입장을 두고 계속 다수와 소수 의견으로 나뉘어 사실상 보류 상태다. 시간을 두고 이들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도록 하겠다”며 “시민 공모작에 대해서는 관광20경 등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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