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대부분 몰라서 ‘보장’ 못받아

불친절한 카드사… 질병·사망시 채무 감면·면제 상품 ‘쉬쉬’

채무변제 어려운 유사시 대비 ‘보험’ 보장률은 19.3% 그쳐

불완전판매로 ‘수수료 장사’… 금감원, 카드사에 인하 조치

카드사가 회원의 질병ㆍ사망 등 유사시 채무를 감면, 면제해주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지만 가입자 대부분이 이를 알지 못해 보장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해당 상품의 수수료 인하 조치 등을 내렸지만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거나 그 수준도 미미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채무 면제ㆍ유예’ 상품은 카드 회원이 갑작스런 질병, 사망으로 채무 변제가 힘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매달 일정 수수료(0.45%∼0.59%)를 내고 채무의 일부를 감면ㆍ면제(최대 5천만원)하거나 상환을 유예해주는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이 상품은 지난 2005년 첫 출시한 뒤 지난해까지 296만명이 가입했으며 카드사가 챙긴 수수료만도 6천2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보장률은 극히 미약해 사망 사유로 인한 지급 대상자(1천117명) 중 보험금을 지급 받은 비중은 10명 중 2명(19.3%)도 채 되지 않았다. 가입이 전화 판매로 이뤄지면서 ‘불완전판매’가 빈번해 가입하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짧은 보상 청구 시일(90일) 탓에 알고도 못 받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상품 민원 접수(173건) 중 절반 이상(77.4%)은 가입 사실 조차 모르거나 상품 약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보장에 비해 과도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 지난 달 말 수수료 인하와 미지급 보상금 환수 등의 조치를 카드사에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 자율에 맡기면서 19일 현재까지 8개 카드사 중 실제 인하를 발표한 곳은 하나SK 카드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상품에 따라 인하폭이 연 0.12%∼0.48%로 미미해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질병ㆍ사망으로 보장을 받아야 하는 미지급자에 대한 현황 파악이 모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 한 건의 보상금 환수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의 조치 사항이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 폭은 확대될 수 있지만 미지급금이 수천억에 달해 카드사로서도 지급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별도 TF를 구성해 이달 말까지 해당 상품에 대한 개선안을 추가적으로 조사해 발표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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