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심한 사람을 가리켜 ‘변덕이 죽 끓듯 하다’고 말한다. 작가 박범신(67)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별명이 ‘좌질투 우변덕’일까.
그는 편안함을 싫어한다. 그래서 환경을 극단적으로 바꿔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24년 동안 산 서울 평창동 집을 떠나 2011년 고향 논산시 가야곡면 외딴집으로 내려올 때도 그랬다. 아내가 해주는 뜨끈뜨끈한 밥을 마다하고 짐을 꾸렸다. 67세의 노(老) 작가는 안주하고 편안해지면 ‘늙는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5일은 논산에서, 2일은 서울에서 지내는 ‘5촌2도’의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2012년 작가는 무척 바쁜 한해를 보냈다. 다 ‘은교’ 때문. 70세 노인 ‘이적요’와 17세 소녀 ‘은교’를 주인공으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장편소설 ‘은교’(문학동네, 2010)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봄날, 작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작가는 2년만의 신작 ‘소금’ 출간을 앞두고 막바지 퇴고 작업이 한창이다. ‘소금’은 오는 4월 출간을 앞두고 현재 EBS FM(104.5Mhz) ‘EBS 라디오연재소설’에서 방송 중이다.
‘소금’은 현대사회의 경제 논리에 의해 상처받은 한 아버지의 자아를 찾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순수로의 회귀, 인간성의 회복 등을 다룬 작품이다.
그의 소설에는 사우디에 가서 돈 버는 아버지, 월남전에 파병 가서 다리가 잘린 아버지, 부정부패한 아버지 등 다양한 우리의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시대를 닮은 아버지상을 그리면서 치열했던 지난 50년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절대 가부장적인 시대의 권력자였다. 50대 이상의 아버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야수처럼 일하면서 5천년 가난의 사슬을 끊은 세대다. 그런 아버지들이 90년대 지나면서 권력은 해체되고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매우 쓸쓸하게 늙어가고 있다. 솔직히 ‘소금’은 20~30대 젊은이들이 읽기를 바라고 작정하고 쓴 소설이다. 늙어가는 아버지를 우리 마음의 중심으로 모셔 와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작가는 요즘 아프다고 엄살 피는 청춘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했다.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고 이겨내야 청춘이다’라는 것.
“우리 아버지들은 절대빈곤의 시대에 굶주린 청춘을 보냈다. 청춘의 특권은 아프기 때문이 아니다.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청춘이다. 가혹하게 이겨내는 것이 청춘인데 요즘 청춘들은 너무 빨리 안주하려 하고 편안한 것을 찾는다. 스무 살이라도 현실이 주는 안락함에 기대 산다면 그는 이미 늙은인데 말이다.”
작가는 ‘소금’을 통해 권력은 해체되고 권리와 의무만 남은 늙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고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그늘을 젊은이들이 같이 짊어지고 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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