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임양은칼럼] 북 핵의 종말?
오피니언 임양은칼럼

[임양은칼럼] 북 핵의 종말?

임양은 논설위원 yelim@ekgib.com
기자페이지

로버트 갈루치는 1차 핵 위기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로 대북관계 실무를 주관했다. 그가 얼마 전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핵포럼 2013’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포용이든 봉쇄든 비핵화 20년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했다.

제6차 남북 고위급 평양회담에 참석한 정원식 국무총리가 김일성 북측 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주석은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공화국에 핵 무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만들지도 않고 만들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1992년 2월20일의 일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핵 무기로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한다.

북이 핵 처리공장을 영변의 원자로 주변에 소련의 기술지원을 받아 건설하기 시작한 게 1989년 8월이다. 핵확산 금지조약(NPT)을 탈퇴한 것은 김 주석이 부인한 이듬해인 1993년 3월12일이다. 올들어 감행한 3차 핵실험에 앞서 작년에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지난 20년 북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를 거쳤고, 우리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을 거쳤다. 핵 무장의 노골화는 고비 때마다 유엔의 제재결의 수위가 높은 북의 면역속에 발악 또한 높아간다.

강성대국의 보물은 착각

어떻게 될 것인가? 저네들 더러 핵을 포기하라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준수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핵 하나에 매달려 온 사람들이 무작정 포기할 리 없다. 현실적인 타개책이 모색돼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무력에 의한 것과 평화적 방법이다. 무력은 저들의 도발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승자박을 저질지 않는 한 불가하다. 그런데 평화적 방법, 이게 어렵다.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다 중단된 6자회담이 그 사례다. 그렇지만 무슨 형식이든 회담은 조만간 또 열려 협상을 갖는다. 북의 핵을 국제사회가 보상 형식으로 통 크게 사는 것을 고려하면 어떻겠느냐는 개인 생각을 갖는다. 엊그제 외무성이 새삼 발표한 “핵 보유는 경제성 흥정물이 아니다”라는 것 자체가, 역으로 보면 거래할 수 있는 신호다. 물론 이엔 이란이 걸리지만, 북 핵은 이와 또 다르다.

북의 핵을 흥정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북에 중유를 공급하던 때가 1998년 무렵이다. 폐연료봉을 개봉치 말라는 핵 개발 억제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중유만 떼이고 말았다. 2005년 7월12일에는 우리 정부의 대북 중대 제안으로 핵을 포기하면 북녘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했었다. 도대체 북 핵을 가격으로 치면 얼마만 하기에 비싸게 구는 것일까? 이 의문에 속내를 비친 것이 1994년 경수로 건설이 논의되던 시기였다.

북측은 40억달러 소요의 경수로 외에 핵 프로젝트 포기 대가로 20억달러의 현금 보상을 요구했었다. 이를 가리켜 워싱턴 포스트는 ‘북미협상에 새 장애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또 있다면 이젠 이보다 훨씬 더 많이 호가 할 것이다. 단, 여기엔 안전판이 필수다. 천문학적 수치의 대금으로 개혁 개방에 나서면 이보다 더 할 수 없이 좋지만, 핵 무기 재개발에 돌리면 그런 재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잇달아 최전방을 시찰하는 등 아무리 그래도 대내 결속, 대외 과시용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주변국의 대북 환경이 달라질 조짐이다. 우선 박근혜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프로그램이 작동될 것이다.

미국은 최근에 ‘북이 성의있는 조치만 취하면 대화는 준비돼 있다’고 밝혀 공은 북으로 넘어간 셈이다. 오바마 2기의 신포석인 것이다. 시진평 주석 체재의 중국 또한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북의 ‘국제 망나니’ 짓에 상당한 피로감을 갖고 있다.

북의 핵 무장에 위협을 느껴 이에 반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더는 간과하기가 어렵다. 동북 4성이라고 한다. 길림, 요녕, 흑룡강성 등 원래의 중국 3성외에 북녘을 포함하여 동북4성이라는 것이다. 비록 북쪽 사람들을 빗댄 것일지라도 듣기 좋은 말은 아니나,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현물 무상원조만도 연간 석유 50만t 식량이 10만t 등에 이른다.

파국 부를 ‘판도라의 상자’

남의 나라 수도에 ‘불바다’를 들먹이는 것은 야만적 폭언이다. 하물며 동족에게 핵 폭탄을 안기겠다는 협박은 그토록 놔두지도 않지만 차마 할 소리가 아니다. 무력 과시로 잘된 나라는 자고로 없다. 핵 무장은 강성대국의 보물이 아니라, 파국을 가져올 판도라의 상자다. 굶주린 인민의 고혈이 고인 것이 오늘의 핵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선군사상의 군사노름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인민을 중국과 베트남처럼 번영의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것이 순리임을 알아야 한다.

임양은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