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011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지영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2005년 발표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책 주인공은 사형수와 수녀님, 그리고 가족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던 15세에 정체된 설흔살이 넘은 노처녀 얘기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나(유정)의 세 번째 자살 시도가 미수로 끝나자 고모가 날 방문한다. 그리고 자신과 몇 달간 동행을 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 그리고 사형수인 정윤수를 만나기 시작한다. 그 만남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유정이 열 다섯의 나이에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그것도 매우 가까운 친척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맨 처음 털어 놓은 것이 사형수 정윤수라는 사실이다. 엄마께 얘기를 꺼냈을 때 무시해 버렸던 그 기억. 어쩌면 이 책은 딸과 엄마의 대화가 메마른 오늘날 사회를 대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빠도 몰랐던 깊은 내면을 아주 어렵게 꺼낸 그런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진심어린 얘기를 들어 줄 수 있는 것, 바로 그런 것이 가족인데 오늘날의 가족은 과연 서로 소통하며 살고 있는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로 읽혀졌다. 또한 자의나 자연사가 아닌 타의에 의한 사형의 공포를 안다면 이 땅에 기초수급을 해결하지 못하는 생계형 범죄에 대한 국가적인 책임을 우리는 외면해서는 안된다.
소설은 타인의 감성을 어루만져 새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슬픔을 공감케 하거나, 내가 느끼지 못했던 시대의 아픔을 보여준다. 그 시대의 아픔은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이지만 현실에 힘든 일을 겪는 우리에겐 위로가 되기도 한다. 공지영 작가의 특징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통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신 지금 힘들어, 이 이야길 봐. 더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아주 많아! 조금 견디다 보면 좋은 시간이 올 거야. 밝은 마음이 찾아 와. 암 오지, 오지 말고….”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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