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著 ‘자전거’

봄꽃 같던 한 소녀의 그해 5월 이야기

12살 소녀 ‘꽃님’이의 눈으로 바라본 ‘5ㆍ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동화 ‘자전거’(북멘토 刊)가 출간됐다.

5ㆍ18기념재단이 기획한 책은 박상률 작가가 글을 쓰고 이욱재 화가가 그림을 그렸으며 어떤 정치적, 역사적 편견도 없이 당시의 광주를 순수하게 그리고 있다.

1980년 5월 어느 아침, 꽃님이네 아침 밥상에는 곧 태어날 동생을 품은 엄마와 꽃님이 뿐이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고 대학을 졸업한 고모는 서울로 취직해 떠났다. 모처럼 아빠가 집에 온 날, 꽃님이는 아빠와 고모와 함께 탔던 자전거를 타고 나가 본다.

‘봄이면 뭐든 다시 살고 싶어지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아빠의 말을 꽃님이는 알아들을 듯도 하다. 공수부대가 도시를 점령해 일터로 갈 수 없는 아빠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꽃님이는 아빠를 찾기로 결심하고 병원에서 장례반 일을 도와주고 있던 아빠를 가까스로 만난다. 꽃님이가 목격하는 장면들은 담담한 어조로 그려지고 있지만 잘못된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를 단적이고도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죽은 여성들에게 동료들이 양말을 신겨주려 했으나 퉁퉁 부어 양말이 잘 들어가지도 않아 절규하던 모습을 꽃님이가 묵묵히 바라보던 장면은 당시 어린 아이였던 작가 박상률의 목격담이기도 하다.

꽃님이와 내내 동행하는 ‘자전거’는 세계와 꽃님이를 이어 주는 매개체이자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한 소녀의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역사적 페이지를 생생하고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박상률 작가는 “모두들 ‘5월의 봄’을 잊고 싶어하는데 그동안 동화책, 청소년소설, 어른용 소설과 시집에 이르기까지 그해 봄을 줄곧 이야기해 왔다”며 “그런 까닭은 그때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죽음조차 마다하지 않고 정의와 희망을 부르짖은 이들 덕분에 이만큼 이나마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5월의 봄을 억지로 묻어 두기만 해선 안되고 어린 독자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며, 제대로 알아야 털어 버릴 수 있고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본지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상률 작가는 1959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1981년 전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 ‘진도 아리랑’과 동양문학에 희곡 ‘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펴낸 소설 ‘봄바람’은 우리나라 첫 청소년소설로 여겨지고 있으며 광주의 5월을 다룬 책으로는 ‘아빠의 봄날’, ‘너는 스물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하늘산 땅골 이야기’, ‘나를 위한 연구’ 등이 있다. 값1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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