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출판업계 “종이값까지 오르면 우린 못살아”

제지업계, 원자재가 상승 압박 ‘인쇄용지’ 가격 인상 선언

한솔제지 등 5~7% 인상예고 파주ㆍ고양 등 출판시장 ‘타격’

전자책 경쟁…설비 유지비도 ↑ “가뜩이나 어려운데” 겹시름

국제펄프와 원유 등의 원자재가 상승으로 국내 제지업계가 인쇄용지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ㆍ인쇄업체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1일 국내 제지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국제펄프(Hard Pulp)가격과 유류비 인상 등 원료비 상승 압박이 지속되면서 한솔제지를 비롯해 한국제지, 무림P&P 등 제지업체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톤 당 평균 605달러 수준이던 국제펄프가격은 올해 1분기 665달러로 급등했으며 국제 유가(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96달러에서 최근 106달러 수준으로 10달러나 올랐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료비 상승과 인쇄시장 침체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보다 80%나 감소했다”며 “게다가 인쇄용지는 지난 10년 동안 가격 변동이 6% 내외로 거의 없어 현실화 차원에서라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지업계는 지난주부터 출판사와 인쇄업체 영업망을 통해 기존 톤 당 인쇄용지가격(95만∼97만원)에서 5∼7%를 인상하는 방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인쇄용지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가뜩이나 내수부진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출판·인쇄업계 관계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2011년 기준 전체 출판·인쇄시장 매출의 24.3%(4조8천756억원)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전국 출판업체 중 15.5%(4천325곳)가 파주나 고양 등지에 몰려 있어 타 시·도에 비해 인상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파주출판단지에 입점해 있는 S출판사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인상폭이 정해지지 않아 원가에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책값 상승 요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출판과 판매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력이 더욱 줄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답답해했다.

수원 교동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신모씨(43) 역시 “지난해 대선 등의 인쇄 호재가 있었음에도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아 하반기부터 매달 80만∼90만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전자책과 디지털 출판에 따른 인쇄·출판 설비 유지비 증가와 업체 간 저가경쟁으로 인쇄업계의 운영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경기북부인쇄산업정보협동조합 관계자는 “인쇄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지업체의 5∼7% 인상안은 업계 현실을 고려치 않은 지나친 요구”라며 “인상분에 대해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이를 제지업체에 주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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