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중소기업이 희망이다]<1>4부족ㆍ3불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 속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 화두는 ‘중소기업 살리기’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생존에 활용할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과 중소기업 영역침범 및 제도권의 중소기업 차별은 중소기업이 경영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정부 초기의 국정 방향을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정착’으로 설정하고 중소기업 중흥에 대한 정책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내ㆍ외부의 애로사항들을 ‘손톱 밑에 박힌 가시’라고 표현하면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가 되는 애로요인들은 최근 ‘4부족’ㆍ‘3불’이라고 부른다.

자금부족, 기술부족, 인력부족, 판로부족 등을 4부족이라고 구분하고 있으며, 거래불공정, 제도불합리, 시장불균형 문제를 3불이라고 구분한다.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치유하겠다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부족ㆍ3불에 대해 기업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경기도 중소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4부족’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지난달 ‘중소기업 Report’ 2월호를 통해 도내 소재 중소기업의 현장애로 사례를 정리ㆍ발표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를 찾아 해결하겠다는 신정부의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한 것이다. 도내 각 시ㆍ군 소재 1천개 중소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및 경기중기센터가 기업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접한 기업의 애로사항, 경기도 기업SOS지원단에 접수된 현장애로, 그리고 중기센터가 주최한 간담회 등을 통해 경기도 중소기업인들이 성토하는 애로 사례를 수집ㆍ정리한 것이다.

4부족 문제 중 첫째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담보요구나 까다로운 대출심사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가 꼽힌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방법은 주로 은행대출에 의존하지만, 담보나 보증이 없이는 대출을 받기 어렵고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기관의 보증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번 조사결과에 의하면 도내 중소기업 중 46.5%가 전년대비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고,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이유로는 높은 대출금리(32.9%), 과도한 담보요구(23.6%), 까다로운 대출심사(19.3%), 신용보증서 위주 대출(12.8%) 등의 원인이 지적됐다.

4부족 문제 중 둘째인 기술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47.8%가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 가운데 5곳 중 2곳 이상(41.4%)이 기술개발 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원인은 기술개발 비용부담(46.7%) 때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R&D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수원시에 소재한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의 O사대표는 “국책 R&D지원과제는 신청할 생각도 못 한다”며 “과제의 신청과 관리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 사무직 직원이 한두 명에 불과한 소기업에서는 서류준비와 관리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편향된 사회인식... 중기는 언제나 인재 난

4부족 문제 중 세 번째로 인력부족 문제가 꼽힌다.

이번 조사에서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45.3%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난의 배경은 ‘중소기업은 장래비전이 없다’는 식의 편향된 사회인식(34.2%)이 가장 주요 원인으로 꼽혔고, 열악한 근무환경(20.7%), 낮은 급여 및 복리후생(17.9%), 고용정보 부족(8.5%) 등도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데 어려운 요소로 꼽혔다.

특히 교통이 불편한 외곽지역에 소재한 기업들은 출퇴근 부담으로 인해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더욱 큰 상황이다.

또 부족한 내국인 생산직 인력을 외국인근로자로 대체하고자 해도 외국인근로자 쿼터가 부족하다 보니 급여조건 등에 따른 이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목재가구를 제조하고 있는 C사의 대표는 “이제 외국인들도 3D업종을 가리기 시작했다”며 “들어와서 3개월쯤 지나면 돈 더 준다는 다른 데로 가겠다고 하는데, 계약은 1년 또는 3년 단위로 하지만, 퇴사를 목적으로 일도 안 하고, 아프다고 하고 그러면 방법이 없다”고 성토했다.

4부족 문제 중 넷째인 판로부족 문제와 관련해, 경기도 소재 중소제조기업들은 가격경쟁력(34.7%), 업체 간 과당경쟁(18.8%), 신규거래처 확보(15.4%) 등 요인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경기가 좋지 않고, 영업인력이 없어 신규판매처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여건에서는 정부의 조달납품이 주요한 내수판로가 되지만, 규격표준을 맞추고 각종의 성능인증을 받아도 조달납품이 쉽지 않다.

가정용 전기난방기기를 제조하는 수원시 소재 O사의 대표는 “NEP인증, 중소기업성능인증, 조달청 우수제품인증 등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았다”라면서 “공공기관 매입금액의 20%는 반드시 NEP인증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제품을 써주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홍기화 경기중기센터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집된 기업애로사항들을 중앙과 지방의 관계 기관에 전달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해서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관계 기관에 건의하고, 경기중기센터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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