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LH 서민은 고달프다] ① 사업비 170조6천억원의 ‘허상’
LH 사업지구의 사업이 지연 또는 보류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수요조사의 책임을 떠안고 있는 LH는 이에 대한 묘안을 수년째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LH는 사업지구 보상 뿐만 아니라 당초 진행하기로 한 기반시설에 대한 약속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도내 자치단체와의 마찰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눈물 나는 주민들의 고통을 보다 못한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올 초 성남 LH본사 앞에서 보상 문서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수일간 진행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장이 공사를 상대로 1인 시위를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LH는 2014년 준공 예정인 의정부시 고산ㆍ민락ㆍ산곡동 130만㎡에 보금자리주택 8천680가구의 건설을 추진하면서 의정부경전철 노선 연장과 하수처리장 시설 등 총 3천억원가량의 10개 공공시설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보상이 늦어진다며 시에 대책을 요구했다.
도내 14개 시, 25개 지구 택지 개발
도로ㆍ도서관ㆍ주민센터 등 기반시설
사업비 2조4천378억원 부담 협약
현재 6개지구 8천543억원 미이행
지자체 약속이행 요구에 ‘모르쇠’
의정부ㆍ양주시 등 “해도 너무한다”
시는 지난해 11월14일 LH의 요구에 대해 12월 말까지 보상계획을 문서화한다는 조건으로 전격 수용해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음에도 LH는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LH의 약속위반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LH가 경기지역에 택지지구 기반시설 지원 협약을 맺은 뒤 미이행한 사업비 역시 8천억원이 넘고 있다. LH는 도내 14개 시, 25개 지구의 택지를 개발하며 도로ㆍ도서관ㆍ주민센터ㆍ체육시설 등 기반시설의 사업비 2조4천378억원을 부담키로 협약했다. 하지만 LH는 현재까지 19개 지구 1조5천835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나머지 6개 지구 사업비 8천543억원에 대한 지원은 미루고 있다.
양주 회천지구는 도로 1천30억원, 전철역사 800억원, 도서관 430억원, 복합문화센터 420억원, 체육시설 200억원, 동사무소 122억원 등 모두 3천2억원의 사업비를 미집행했다. 또 양주 옥정지구의 도로 1천443억원, 체육시설 420억원, 복합문화센터 300억원, 하천정비 14억원 등 2천177억원의 집행을 보류 중이다.
화성 동탄2지구는 동서도로 용지보상비 2천500억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화성 남양뉴타운지구 680억원, 김포 한강지구 94억원, 시흥 장현지구 90억원 등의 기반시설 지원 또한 지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H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H가 추진하고 있는 시흥 은계, 부천 옥길, 구리 갈매 등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도내 사업 지구는 사전 예약을 실시한 지 3년이 가까이 되도록 택지조성 등의 절차가 늦어져 올 연말에도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택지조성이 미뤄지고 있는 역시 토지수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들 지구는 지난 2010년 상반기 모두 사전예약을 마쳤지만 LH는 2011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토지보상을 시작해 아직까지도 보상이 완료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하고자 수차례 LH에 보상 및 약속이행을 요구했지만 LH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라며 “행정적으로 LH에 대해 이렇다할 제재도 할 수 없어 주민들의 고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공직자로서의 회의감마저 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panic82@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