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하의 냠냠독서]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관계

책을 고를 때 고전과 근대는 그리 썩 손이 가지 않는 종류의 책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늘 얘기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듬뿍담겨 있는 게 역사책이다. 예를 들어 숙종시절 장희빈이 살았던 때를 배경으로 한 ‘춘향전’이나 3ㆍ1운동 이전을 배경으로 한 염상섭의 ‘만세전’을 한 번 읽어보자. 그러면 역사도 돌이켜 보고 옛 사람들의 사랑의 방식을 엿보며 발칙한 상상도 해 볼 수 있다.

먼저 달달한 사랑얘기다. 첫눈에 반한 춘향과 이도령이 서로 보고 싶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또 춘향이 재물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한다는 대목도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변사또가 미혼인 입장에서 결혼을 제의했다면 춘향은 어땠을까 상상해 보자.

이도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결혼을 했고 그런 상태에서 기생의 딸이었던 춘향에게 첩으로 올 것을 제의했다면 과연 춘향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처럼 옛 이야기를 다양한 생각으로 바꾸어 보는 것을 우리는 패러디문학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암울한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일제강점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3ㆍ1운동을 꼽을 수 있다.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은 3ㆍ1운동 이전의 사회 현실을 그리고 있다. 원래는 ‘신생활’에 ‘묘지’(1922년)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다가 잡지의 폐간으로 ‘만세전’이란 제목으로 완성시켜 출판됐다. ‘묘지’란 삶의 생기를 상실당한 식민지의 노예적 인물들과 그러한 삶을 만들어가는 억압적 분위기에 아무 저항도 못하는 처참한 의식 등을 아울러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이야기는 여정, 즉 여행을 한 순서에 따라 쓰여졌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동경에서 귀국한 ‘내’(이인화)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다시 동경으로 가는 여정의 순서가 9단계 형식을 띠고 있다.

우리도 때로는 마음이 울적하거나 정리하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 나의 현재 어려운 어떤 것을 정리하고 싶었고 그 일의 처음은 무엇이었던가 생각해 보자. 이번 주에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후손에게 광복의 조국을 물려주고자 했던 일제강점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그 속에서 3ㆍ1운동이 갖고 있는 의미와 애국선열들의 나라사랑하는 뜨거운 마음, 후손에 대한 사랑을 깊이 생각해 보자.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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