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연대미상의 고전소설 ‘유충렬전’을 비롯해 최인훈 작가가 1960년 ‘세벽’에 발표한 ‘광장’,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년), 이문구 작가의‘방황하는 외국인’(1991년)은 올해 수도권 소재 여고 입학생이 입학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해야 할 작품의 목록 중 대표적인 것이다. 그 중 유충렬전의 내용 일부를 보면 아래와 같다.
‘주부 이 말을 듣고 삼칠일 재계를 정히 하고 소복을 정제하여 제물을 갖추고 축문을 별노이 지어 가지고 부인과 함께 남악산을 찾아가니, 산세 웅장하여 봉봉이 높은 곳에 청송은 울울하여 태고시를 띄고 있고, 강수는 잔잔하여 탄금성을 도도웠다.’ 평소 고전소설을 즐겨 읽지 않은 학생이라면 도대체 무슨 얘긴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로인해 입학 전 과제물을 해가는 학생은 10~20%내외에 머문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제물을 내 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 까닭을 알고 임한다면 아마 긍정적인 기분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작가와의 대화이며, 시대와의 소통이다. 비단 소통은 책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곡가는 악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한다. 가수는 악보를 깊이 있게 해석해야만 그 곡에 실린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절절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 곡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연습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 적용될 때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와 자녀들은 상위 4%, 1등급을 희망하지만 여전히 독서 수준은 8~9등급인 현실에서 대하는 고전문학은 생경하면서도 어려운 게 당연하다. 유충렬전 같은 책을 읽어 내려면 어린시절, 쉬운 책부터 차곡차곡 읽어야 한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매일 30분씩이라도 독서 시간을 갖고 수필이나 짧은 소설부터 읽어보자. 부모도 자녀를 아낀다면 독서하는 습관과 고전, 인문학과 대화의 장을 열어주자. 생각이 깊어지면 공부는 덤이다.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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