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사라진 ‘꽃 향기’ 업계, 졸업 대목도 ‘시들’
잦은 ‘한파’ 출하량↓ㆍ가격↑ 장미, 지난주比 100% 인상
팍팍한 경제 ‘실속’ 선물만… “손님들 가격 듣고는 돌아서”
졸업식 등으로 2월이면 대목을 맞았던 꽃 가게 상인들과 화훼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잦은 한파로 화훼농가에서 출하되는 꽃의 출하량이 줄어 꽃 가격이 급등한데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는 최근 꽃 소비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 등을 위해 캠페인 등으로 꽃 소비 촉진에 힘쓸 예정이지만, 입학시즌인 3월에도 꽃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꽃 가게 상인과 화훼농가들의 어려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경기지역내 화훼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 난방비 부담 등으로 화훼농가의 꽃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15일 꽃 도매값은 전 주 대비 두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주 안개꽃 한 단(10송이)에 1만원이던 가격은 이 날 1만~2만원으로 올랐으며, 장미는 한 단에 8천~1만원에서 1만8천~2만원가량으로 100% 인상됐다. 소국은 한 단에 5천원에서 1만원으로 주요 꽃 가격이 전 주 대비 60~100%까지 급등했다.
꽃값이 급등했지만 정작 화훼농가와 꽃 소매상들은 울상이다. 화훼농가들은 판매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랐지만 난방비 등 투자 비용이 워낙 많아 손해를 안 보면 다행일 정도라고 입을 모았고, 꽃 값이 급등하자 소매상에는 꽃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실제 15일 수원시 정자초등학교 졸업식장에는 오전부터 꽃다발을 팔기 위해 상인 7~8명이 모여들었다. 장미와 안개꽃이 섞인 꽃다발과 프리지아 등이 1다발에 3만~4만원 선에서 판매됐지만 꽃을 사는 손님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상인들은 생화 대신 조화를 넣어 만든 사탕 다발, 인형을 함께 넣은 꽃 다발을 1만2천~1만6천원 가량으로 팔기도 했다.
상인 L씨(53ㆍ여)는 “지난해에는 학교 앞에서 20개는 거뜬하게 팔았는데, 지금은 꽃다발 5개와 사탕 다발 2개를 판 게 전부”라며 “꽃 값이 많이 올라 가격을 물어보고 고민만하다 ‘그냥 빌려서 사진을 찍어야 겠다’며 사지않는 부모님들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한파에 ‘꽃=과소비’라는 풍조가 맞물리면서 몇 년 새 꽃이나 화환 대신 쌀 등의 실속형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생활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꽃 가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에서 10여년째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J씨(50)는 “인사철에 난이나, 개업집에 화환 주문이 거의 없는 추세로 지난해와 올해는 전년보다 매출이 30%가량 줄었다”며 “꽃의 향기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요즘의 팍팍한 경제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아라고 그러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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