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꼭…” 고향 대신 도서관 향하는 청춘

취업 후 ‘금의환향’ 할게요 설 명절, 청년백수의 ‘눈물’

부모님ㆍ친척 뵐 면목없어 취준생 70.9% ‘연휴’ 반납

“취업 급해… 공부 할 것” 면접 성공위해 성형계획도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박모씨(29)는 이번 설도 고향에 갈 생각을 접었다. 안양시에 소재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부모님과 친척을 뵐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차표가 없다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그 시간에 취업공부나 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달 졸업을 앞둔 배모씨(27ㆍ여)는 설 이후 회복을 목표로 연휴 전에 코 성형 계획을 세웠다.

명절 직후 있을 모 기업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보다 연휴가 짧지만 코의 경우 다른 수술보다 붓기가 빨리 빠져 가능하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배씨는 “고향(광주)에서도 수술을 할 수 있지만 가족에게 취업 때문에 수술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부담스러워 이번 설은 그냥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인 설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취업준비생에게 연휴는 ‘사치’에 불과하다.

매년 심화되고 있는 청년취업난과 함께 올해 기업채용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과 기업체 등에 따르면 도내 20대(20∼29세) 청년 고용률은 2010년 1분기 이후 줄곧 60%대를 유지하다 3년 만인 지난해 4분기 59.9%로 추락했다. 이는 이전 분기(62.0%) 보다 2.1%p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내수시장 부진으로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공기업 제외)의 올해 채용 규모는 1만8천957명으로 지난해(2만505명) 대비 7.5%p 감소할 전망이다.

이처럼 청년들의 취업 여건이 날로 열악해지면서 아예 연휴까지 반납한 채 박씨나 이씨처럼 취업공부나 성형수술에 올인(?)하는 취준생이 많아졌다. 실제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취업준비생 1천70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취업준비 계획 여부’를 설문한 결과 70.9%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연휴에도 취업 준비를 하려는 이유로는 ‘취업이 급해서’가 51.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어차피 맘 편히 쉬지 못할 것 같아서’ 36.5%, ‘안 하자니 마음이 불안해서’ 28.9%, ‘싫은 소릴 안 들어도 돼서’가 11.7%로 뒤를 이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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