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ㆍ침체ㆍ걸림돌ㆍ막힘 없는 파주의 ‘거침없는 질주’

인기없는 남자, 촌티나는 남자, 키작은 남자, 뚱뚱한 남자.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 ‘네 가지’에 출연하는 남자들의 컨셉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지 못한 한 가지씩 도합 네 가지가 없어 겪는 에피소드를 주제로 매주 새로운 개그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처럼 ‘네 가지’가 없어 주목을 받고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파주시이다.

파주시와 개그맨 ‘네 가지’팀과의 공통점은 네 가지가 없어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주시가 갖고 있지 않아 인기가 높은 ‘네 가지’에 대해 살펴보자.

▲네 가지 없는 파주, ‘포기’

파주시에 없는 네 가지 중 첫번째는 ‘포기’다. 모두가 불가능 하다고 여겼던 운정3지구 사업은 포기없는 파주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운정3지구는 지난 2007년 지구지정된 이후 개발승인까지 마쳤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 등으로 사업 구조조정 지역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던 지역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과 시 등의 노력으로 LH의 신규 사업장 138곳 중 유일하게 사업이 재개된 곳이다.

또한, 10년간 묶여있던 파주지역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95%를 해제토록 한 것도 포기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주시는 휴전선과 서울 사이에 있다는 지리적인 이유로 이중 삼중의 중첩규제를 받아왔다. 시는 투기 지역이 아니라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관련 중앙부처를 끈질기게 설득해 묶여있던 규제 대부분을 풀었다. 서울시 시유지인 용미리 시립묘지를 봉안시설 및 자연장으로 축소하고 남은 토지를 생산적 시설을 유치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용미리 시립묘지는 지난 1963년 제1묘역이 조성된 이후 1973년에는 인근에 제2묘역이 새로 조성되면서 주민들에게는 혐오시설로 여겨져 왔다.

두 지자체 간 ‘깜짝 합의’는 이인재 파주시장의 요청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네 가지 없는 파주, ‘침체’

파주에 없는 네 가지 중 두 번째는 ‘침체’다. 파주시는 지난해 1조8천670억원에 이르는 외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해 경기도 총 투자유치액의 80%에 이르는 금액이다. 외자유치를 통해 신규로 늘어나는 일자리만 3천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전국 최고 수준의 인구유입 증가세도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지난해 파주시의 신규 인구 유입수는 2만3천158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파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파주 프로젝트’도 침체를 잊게 해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파주 프로젝트’는 파주시 파주읍 일원 총 372만㎡에 총 1조6천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7년까지 테마파크와 스마트시티, 농업유통시설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핵심 사업은 페라리 자동차를 주제로 한 75만7천㎡ 규모의 대규모 테마파크 ‘페라리 월드’를 만드는 것이다. 페라리 월드는 40여개의 놀이시설과 문화·전시시설 뿐 아니라 실제 자동차 경주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시는 사업추진을 위해 이미 지난 2011년 11월 이탈리아 페라리 본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우선협상자로서 지위를 확보했다. 페라리 본사 또한 이미 들어설 시설물과 공간 배치 등 사업추진 기본구상까지 마무리했다.

▲네 가지 없는 파주, ‘걸림돌’

파주시에 없는 네 가지 중 세 번째는 ‘걸림돌’이다. 투자를 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규제들도 파주에서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우려해 투자를 망설였던 기업들도 파주시의 ‘일사천리 행정’으로 몇 개월 안에 실질적인 투자를 했다. 지난해 5월 적성일반산업단지 기공식을 가진 중소기업중앙회의 경우 시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으로 MOU를 체결한지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파주시와 화장용 스폰지 제조업체인 일본기업 테크노포로라스코리아가 560만 달러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파주시가 MOU를 매은 4번째 외국기업이었다. 이 기업은 지난 7월부터 기업진출 여부를 타진해 오다 우수한 기업환경 때문에 3개월 만에 신속한 투자결정을 했다.

지역 내 기업들에 대한 파주시의 다양한 지원 서비스도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고 있다. 시는 지역 내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최근에는 ‘기업 SOS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기업들이 잘 돼야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업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파주시의 기업애로 처리실적은 지난 2008년 257건이던 것이 지난해는 1천307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네 가지 없는 파주, ‘막힘’

파주에는 없는 마지막 네 번째는 ‘막힘’이다.

최근에 경의선 복선 전철이 공덕역까지 개통되면서 서울 도심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으며 서울지하철 5·6호선, 공항철도와 환승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양재역과 여의도를 빠르게 갈 수 있는 광역급행(M)버스 2개 노선을 비롯해 17개 노선 74대가 신·증설 된다. 지난 2007년부터 지역을 관통하는 국지도 56호선과 78호선 일부 구간의 확·포장 공사도 올해 조기 개통된다. 국지도 2곳의 건설비용은 시가 중앙부처를 방문해 사업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국·도비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조기개통이 가능해졌다.

빠른 교통 만큼이나 지역주민과 시의 소통 또한 막힘이 없다. 시는 지난 2월부터 시민과 소통행정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 속으로’란 시책을 추진했다. 어려움을 겪는 현장 속으로 직접 찾아가 시민의 고충과 애환을 듣고 이를 시정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현장에서 제기된 주민불편 사항은 개선하고 해당 주민에게는 서한문을 보내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6월 도입한 ‘주민 배심원제’도 시민과의 소통강화를 위한 조치이다. 이는 민선 5기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공약사항들의 이행 여부를 계약 당사자인 일반시민에게 직접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접경지역으로만 여겨졌던 파주시가 ‘네 가지’없는 정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파주시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지역 활성화와 함께 중·장기적인 ‘먹거리’까지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통일한국 중심도시’ 또한 파주시의 중·장기적인 목표이자 계획으로 ‘네 가지’없는 파주시의 성과가 기대된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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