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일본 6곳 '마을만들기' 현장을 가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우리와 맞닿아 있는 일본의 선진화된 마을들에서 양평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양평군 각 읍·면 지역만들기위원 40여명은 (사)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 주관으로 지난 18~22일 우리의 도(道)에 해당되는 일본 시마네(島根)현과 돗토리(島取)현 등 6곳에서 벤치마킹을 진행했다.
양평군은 이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 마을만들기사업을 최대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각 읍·면별로 각 분야 위원들을 선정, 지역만들기위원회를 결성한 뒤 지난해 하반기 중간보고회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을만들기를 시동, 벤치마킹에 들어갔다.
대상 마을은 현별로 시마네(島根)현의 경우 마쯔에(松江)시와 운난(雲南)시 ㈜요시다(吉田) 고향촌, 요시다마찌 혼?거리, 아마초(海士町) 등이고 돗토리(島取)현은 사카이미나토(境港)시 미즈키 시게루 거리 등이다.
이들 마을은 모두 동해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이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김선교 군수와 윤양순·박명숙 군의원(새누리당)과 박현일·송요찬 군의원(민주통합당) 등도 참가한 이번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특색있는 마을만들기를 주창한 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장)의 지도로 이뤄졌다.
특히, 일본 현지에선 30여년 전부터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호보 다카히코 시마네대학 명예교수(일본재정학회 고문)가 동참, 이들 마을의 성공사례를 설명했다.
■시민운동으로 성공한 마쯔에 마을만들기
마쯔에시가 위치한 시마네현은 인구 60만여명으로 6곳의 지자체가 있으며 마쯔에시는 시마네현 최대 도시로 교토(京都)와 나라(奈良)와 더불어 일본의 3대 古都로 인구는 20만여명.
그러나 20여년 전부터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지자체는 물론 주민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에 마쯔에시는 청·장년들의 건의를 수용, 마쯔에성을 중심으로 흐르는 해자(垓字:성을 방어하기 위해 조성한 물길)로 이뤄진 호리천을 살리기 위해 수질개선(청류 르네상스)은 물론, 유람선 운영계획을 마련, 마을만들기회사(TMO)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을 받아 들였다.
이 결과 지난 1995년 연간 330만여명이던 관광객이 최근 500만여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마쯔에 마을만들기학교 이노우에 토모코 대표는 “흙담장도 역사적 문화유물이 될 수 있듯, 인근 신지코 호수 등 자연경관과 마쯔에성 등 문화유적들을 연계, 시민들을 중심으로 마을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시다마찌 혼죠거리 “남처럼 하지 말자”
제철산업이 융성했던 요시다 마을은 갈수록 감소하는 인구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1985년 주민들을 중심으로 제3섹터 방식으로 마을만들기 법인인 ㈜요시다(吉田) 고향촌을 결성했다.
초창기 주민들이 모두 주주가 되어 100여명이 2천750만엔을 출자했고, 이후 농산가공부, 수도부, 버스사업부, 원료생산부, 관광사업부, 국민숙박시설인 국민숙사인 세이란소우(淸風莊), 계란밥 전용 간장인 ‘오다마항’ 운영부 등으로 외연을 넓혀 나갔다.
특히 오다마항은 세계 최초의 상품으로 유니크한 컨셉으로 일본 전국에서 대대적인 유행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인근 요시다마찌 혼죠거리에는 에도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요시다(吉田) 고향촌 타카오카 대표는 “마을만들기는 남을 따라가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바다, 갯바람, 소금…그리고 ‘섬의 행복론’
아마초(海士町)는 우리의 독도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섬에 위치한 아마초는 인구 2천여명에 불과한 지자체이다.
중앙정부는 그동안 파산 직전이었던 아마초에 대해 끊임없이 다른 지자체와의 병합을 종용했지만, 아마초는 일본 최고의 특색있는 마을만들기를 통해 꿈의 지자체로 거듭 나고 있다.
현 야무우치 미치오(山內道雄) 군수의 진두 지휘로 자신은 물론, 50여명의 공무원 월급까지 깎으면서 지난 2002년부터 새로운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
아마처 주민들은 그래서 군청을 ‘주민서비스 주식회사’로 부르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학생수 100여명 미만인 섬내 유일한 고등 교육기관인 도졘(島前)고교를 명문 고교로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정책으로 결혼시 10만엔, 자녀 1명 출산시 10만엔, 4명 출산시 100만엔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아마초는 바다, 갯바람, 소금 등을 지역 특산품으로 일본 최대 마을로 거듭 나고 있다.
■만화 캐릭터로 마을 만들기에 성공한 미즈키 시게루 거리
사카이 미나토(境港)시는 일본 수산업의 보고(寶庫)인 돗토리(島取)현에 위치한 인구 3천500여명의 도시.
이 도시에는 매년 수백만명이 찾고 있는 미즈키 시게루 거리가 있다.
이 마을은 일본의 저명한 만화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만화 캐릭터들을 형상화한 콘셉으로 마을만들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이 마을의 주종 산업인 수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야만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005년부터 이 마을에도 위기가 닥쳐왔다.
이에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뭉쳐 도로 800m에 요괴 캐릭터를 형상화한 동상 154곳을 조성했다.
그리고 해가 거듭 될수록 줄을 이었던 점포들도 되살아나 지금은 10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일본에서 마을만들기를 처음 주창한 호보 다카히코 시마네대학 명예교수(일본재정학회 고문)는 “양평군의 마을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인구를 늘려야 하고, 고령화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하며, 생활과 전통문화를 접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호보 교수는 “농촌인구 감소문제는 양평군만의 고민이 아닌만큼, 젊은층을 유입할 수 있는 정책도 세워 이들이 장기적으로 양평군을 이끌어 가는 차세대 리더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보 교수는 이어 “리더는 모름지기 자신의 마을 발전을 위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활력과 진취, 진솔 등의 덕목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강기형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장)는 마을만들기의 패러다임으로 자립과 도전, 교류를 제시했다.
강 교수는 “일본 속담에 ‘튀어나온 돌은 망치에 두들겨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기본목표로 자립을 설정하고 끊임없는 도전과 교류 등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꿈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돈이 없다’와 ‘그런 사례 없어 못하겠다’, ‘제도가 없어서 못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마을만들기에 성공한) 이면에는 가슴으로 지도해온 지도자가 있다”며 “지도자는 명실공히 지역 프로듀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거창한 토목사업도 중요하지만, 전국에서 유일한 특색을 갖춘 마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자 성장엔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벤치마킹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군수는 이어 “일본의 마을들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인구 2천여명 수준의 자그마한 마을인 야마초의 마을만들기는 우리에게 소중한 사례로 주민들을 위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이와 함께 요괴마을 조성으로 성공한 미즈키 시게루 거리와 관련, “대다수 주민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너지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며 “마을 지도자들은 ‘미쳤다’는 소리를 듣겠다는 각오로 새롭고 참신한 콘텐츠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마네(島根)현·돗토리(島取)현=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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