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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 칼럼] 내각의 위엄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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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 칼럼] 내각의 위엄과 책임

임양은 논설위원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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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에서 종전의 ‘대통령실’을 ‘대통령 비서실’로 개명부터 한 것을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 측은 이렇게 말했다. 비서실 기능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그치고, 국정은 각 부의 장관 책임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국무회의는 헌법기관이다.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 정책을 심의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등 17개 심의 사항을 열거해 놓고 있다. 그러므로 장관이 됨으로서 국무위원이 되는 게 아니고, 먼저 국무위원에 임명되어 장관 보직을 받는 것이다.

각부 장관의 국무위원은 이토록 막중한 최고 국정 운영의 주체다. 그런데 비서실의 제한된 기능이 새삼 강조되고 장관의 무한책임이 다짐된 것은 그러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뒤집으면 대통령실 수석이면 소관 부처 장관의 상왕 노릇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따지면 대통령실이나 대통령 비서실이나 그 말이 그 말이다. 그런데도 아예 대통령 비서실로 못박은 덴 한계를 분명히 한 은유의 깊은 뜻이 담겼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당선인의 의지라는 것이 인수위 측 설명이다. 실제로 장관의 생각이 청와대 비서진에 의해 제동이 걸리거나 새로운 방침이 전해지기도 하는 데 이는 시스템의 고장이다.

비서들 ‘호가호위’ 차단

장관을 움직일 사람은 대통령이거나 대통령의 뜻을 받든 총리 뿐이다. 권한이 없는 비서가 행세하는 것은 한 지붕 밑의 대통령을 등에 업은 ‘호가호위’다. 비서를 환관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최고 권력자와 지근 거리에 있는 점은 같다. 옛날 중국의 진시황을 망친 조고는 환관이다. 명나라가 망한 것은 청나라 만주족의 정벌 이전에 벌써 환관의 발호로 조정이 썪었기 때문이다. 고려도 환관의 득세로 멸망을 자초했다. 자고로 환관이나 비서들이 세를 부려 잘 된 예가 없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정권 땐 청와대를 경무대라고 했다. 당시엔 따로 비서실 없이 박 아무개 비서관이 총괄했다. 장관이 대통령을 만나려면 그를 거쳐야 했는 데,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못만나게 했다.

박 아무개처럼 횡포가 심하진 않아도 대통령 비서들 중엔 종종 월권을 일삼아 빈축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이같은 발호는 조직상으로도 당치 않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생겨 책임 소재를 가릴적에 모호할 때가 있다. 잘못된 점은 상대방에 미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 된 일은 서로가 자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박근혜 당선인의 장관 책임론은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 비서진의 ‘호가호위’를 원천적으로 차단, 각료의 소신에 대해 무한책임을 묻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청와대 비서나 내각의 각료나 대통령에게 신임을 비례하는 데는 같다. 그러나 책임지는 형식은 다르다. 청와대 비서는 대통령에게만 책임 지는 것과는 달리 국무위원인장관은 대통령과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자리다.

장관중심 국정 활성화

대통령 비서실 개편에 비친 당선인의 의지로 보아 박근혜 차기 정부는 국정의 중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내각에 실린 강한 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기대 된다. 걱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출범 당시의 원칙을 존중하다가도 시일이 지나면 예외가 생겨 원칙이 차츰 무너질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를 막으려면 사람보다 경우를 기준해 판단해야 하는 데, 과연 사람이 하는 일에 당선인이 끝까지 철두철미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의 확실한 정답은 5년 후에 나온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흔히들 당선인을 가리켜 겉은 어머닐 닮았고 속은 아버지를 닮았다고 한다. 다부진 성격이라는 것이다. 일찌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얼음공주’라고 한 것은, 사물의 판단에 냉엄한 성격의 소유를 비유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인은 앞으로의 청와대 생활에서 특히 상층 구조에 인간적이어서는 안 된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야 한다. 어쨌든 ‘대통령실’을 ‘대통령 비서실’로 고친 것은 첫머리 가닥을 옳게 잡았다. 왜냐하면 내각은 일의 무게가 실려야 위엄이 서고, 소임에 책임질 줄 알아야 나라 일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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