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코리아, 5년간 4배 비싼 판매가 담합 ‘처벌 수준’ 미약 자진 신고 ‘감면’ 악용한 먹튀 기업도… 소비자 피해만 늘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담합 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수입 업체들의 가격 담합으로 인한 폭리를 부추겨 소비자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차동 한양대 교수팀이 공정위 의뢰로 2009∼2011년까지 적발된 125건의 담합 행위를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가 위반으로 거둬들인 수익이 무려 25조1천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비중은 영업이익의 9.6%(2조4천249억원), 적발된 업체의 전체 매출액 167조6천52억원의 1.4%에 불과했다.
최근 적발된 독일 주방업체 휘슬러코리아도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이같은 방법으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과징금은 지난 2011년 한해 매출 545억원의 0.3%에 불과한 1억7천500만원만 부과됐다.
또 ‘등골브레이커’로 악명을 떨치기도 한 ‘노스페이스’의 수입 업체 ‘골드윈코리아’ 역시 지난 1997년부터 무려 14년간 전국 대리점 등에 할인 판매를 하지 않도록 한 계약서를 쓰게 하는 등 담합 행위로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골드윈코리아는 지난 2011년 올린 매출액 5천5억원(영업이익 1천75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52억4천800만원의 과징금을 냈다.
더욱이 공정위가 지난 1997년부터 ‘자진신고감면제도’, 이른 바 ‘리니언시(Leniency)’ 제도를 두고 공정법 위반 기업이 자진 신고를 한 경우 과징금 면제 또는 50%까지 감면해 주고 있어 이를 악용하는 ‘먹튀’ 기업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담합으로 공정위가 4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자진신고를 했다는 명분으로 과징금을 거의 물지 않았다.
지난해 휘슬러코리아 제품을 구입한 주부 박모씨(48ㆍ수원시)는 “폭리를 취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부당 이익만큼 소비자에게 환불해 주는 것이 맞다”며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위반에 대해 공정위 처벌이 미약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치밀해지고 있다”며 “과징금 이외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부장은 “실질적 피해자가 소비자라는 점을 고려 ‘소비자집단소송제’ 등을 통해 소비자의 피해 구제 길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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