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구지역 지원자 달랑 10여명 ‘우려가 현실로’ 원거리 통학 부담…한학급도 편성 못해 ‘초유의 사태’
내년 3월 송도로 이전하는 박문여자중학교가 동구지역 학부모의 보이콧으로 올해 진학 희망 학생이 10여 명에 불과해 한 학급도 편성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동구 송림동에 있는 가톨릭계 사립 박문여중은 내년 3월 연수구 송도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애초 올해까지 동구지역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내년부터 송도로 옮겨 연수지역 신입생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비지망 조사결과 박문여중에 진학하려는 학생 수가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지역 학부모 1천여 명은 동구지역 교육여건 악화와 10㎞나 떨어진 송도동 통학 불가능 등을 들어 이전 반대 서명부를 남부교육지원청에 전달하는 등 학교 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은 박문여중 진학 희망학생이 한 학급 최소 편성 학생 수인 15명에도 못 미침에 따라 올해 새 학년 학급 편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940년 개교한 박문여중이 신입생을 받지 않는 것은 개교 7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며, 학교에 몸담은 교사 8명도 1학년 학생들이 없어지면서 1년간 학교를 떠나게 됐다.
교사들은 교육청과 학교 측의 협의에 따라 2명은 휴직, 3명은 공립 파견, 2명은 박문여고 기간제 근무, 1명은 설립 이전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교육단체는 무리하게 추진한 학교 이전 문제가 학부모의 반발을 불러 비정상적인 학교 운영 사태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보근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사립지회장은 “어느 학부모가 통학과 진학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로 아이를 보내겠느냐”며 “여론조사만으로 무리하게 학교 이전 문제를 결정한다면 이번처럼 비정상적인 학교 운영은 물론이고 다른 구도심 학교까지 황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전 과정에서 실제 진학 희망 인원이 적어 강제 배정 대신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내년에 이전을 마치면 다시 정상적인 모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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