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괭이부리마을

수집한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있던 할머니에게 괭이부리마을을 물었다. 휜 허리를 세우며 내 말을 겨우 접수하더니 얼굴을 찌푸린 채 고개 젓는다. 이곳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무슨 9번지니 18번지니 하며 쪽방촌을 암시했다. 부두에서 불어오는 삭풍 끝에 찾은 마을은 상상을 초월했다. 외부는 그런대로 허름한 일본식건물이 영화세트장처럼 나열되었으나 두 사람이 겨우 지나칠만한 쪽방골목은 놀라웠다. 소리 없이 목숨을 앗아가던 연탄가스가 양철 굴뚝사이로 하얀 부스럼을 만들었다. 무거워 보이는 머리가 무릎에 닿을 듯 쇠진한 노인들이 방에 달린 부엌으로 모습을 보이다가 홀연 사라진다. 귀로에 달동네박물관 구멍가게에서 만화를 보며 자야 한 봉지를 부스러뜨려 먹었다. 아스라한 추억이 짭짤한 콧물처럼 입술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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