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까지 먹여살리는 50대 원더우먼의 진실

나라도 벌어야… 생계전선 뛰어드는 50대 주부들

2011년 사상 첫 200만 돌파 퇴직 남편ㆍ대학생 자식 생각

중년 나이에 비정규직 전전 임금ㆍ고용 불안 현실에 씁쓸

수원에 사는 박모씨(53ㆍ여)는 2년 전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하면서부터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건당 수수료를 받는 ‘지입기사’ 일을 하고 있다. 한 달 평균 120만원 남짓을 벌고 특수고용직인 탓에 4대 보험에도 가입을 못하지만, 아직 대학생인 아들과 딸을 생각하면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천상 주부’라는 말을 들으며 30여년간 집안 살림만 도맡아 하던 이모씨(용인ㆍ54ㆍ여)는 지난해부터 집 인근의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퇴직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벌어야 할 것 같아 시작했다”면서 “노후준비와 생계에 보탬이 되게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노후준비와 남편의 은퇴 등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일하는 50대 ‘아줌마’들이 해마다 늘면서 20대 여성의 취업자수를 앞지르고 있다.

16일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84만명으로 전년(187만7천명) 대비 3만7천명(-2.1%) 감소한 반면, 50대 여성은 216만2천명으로 전년(208만7천명)대비 7만5천명(3.6%)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사상 첫 2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경기지역 50대 여성 취업자 수 역시 지난 2009년 28만8천명에서 지난해 45만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간병사, 식당 보조이거나 특수고용직 등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 영세사업체 등에 노출돼 있어 실질적인 일자리 훈련 등의 시스템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2012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50~54세 여성 노동자의 72.6%, 55~59세 여성 노동자의 77.5%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35% 수준에 불과했다.

이정의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자연히 영세사업장 등에 내몰린다”며 “취업과 연계되는 교육훈련과 시간제 근로 등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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