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여행 에세이 ‘그리운 내가 온다’

“혼자만의 곳간을 위해 더 부자가 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꿈이라면, 청춘아, 차라리 꿈꾸지 말자.”

젊음을 상징하는 ‘은교’를 탄생시켰던 작가 박범신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꿈꾸지 말란다. 그것이 나 혼자의 기득권을 얻기 위한 꿈일 경우 말이다.

목표와 꿈을 하나로 보는 쩨쩨한 수준에서의 희망을 그리지 말고, 자신이 어떤 세상으로서의 변화를 도모할 것인가를 꿈꾸라고 역설한다.

최근 발간한 여행 에세이 ‘그리운 내가 온다’(맹그로브숲 刊)를 통해서다.

부제 ‘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에서 드러나듯 박 작가의 여행지는 유럽의 시작점이자 아시아의 종착점인 터키다.

그는 1만 년의 역사를 지닌 터키에서 오랜 역사와 세계인의 영혼을 마주한다. 형제로 불리는 터키에서 우리와 참 많이 닮은 전통 음식을 함께 먹고 집을 구경하고 그들의 춤을 함께 췄다. 단순한 해외 여행이 아니라 나를 찾아 충만한 삶으로 향하는 첩경이자 힐링타임이다.

박 작가는 또 현장에서 한 달여간 그곳에서 길어올린 감성을 한 자 한 자 기록했다.

“이 찰나와 같은 인생에서 진실한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며, 그것이야말로 불멸로 가는 너른 길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그는 터키의 한 시골 결혼식에서 순수한 사랑의 결실을 이룬 신랑 신부를 만나 무미건조한 현대식 결혼식에 결여된 사랑의 원형과 청춘의 순수함을 찾는다.

또 티베트불교 사원 꼭대기에 커다랗게 그려진 영혼을 보는 제3의 눈을 보고선,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부자가 되고 지위가 높아져도 사는 대로 생각하고 말기 때문에 삶의 품격은 비천한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 ‘제3의 눈을 갖는 것은 최종적으로 나를 찾는 일과 동의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시 세개의 눈이 또 필요하다. 하나는 사물의 외형을 보는 ‘사실의 눈’이고, 둘은 나의 세계관을 형성한 총체로서의 ‘기억의 눈’이며, 셋은 ‘상상력의 눈’이다.”

이처럼 이 책이 여행 에세이에서 나아가 자기계발서이자 마치 종교서적처럼 느껴지는 것은 소설가다운 섬세하고 예리한 필력 덕이다.

여행의 끝에서 얻는 본원적인 새 에너지의 참된 모습을 발현한 에세이집으로,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마음만큼은 지중해의 보석에 닿아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값1만4천8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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