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자니 얼어붙고… 꽁꽁 닫자니 하우스 습도 80% 육박 도내 농가, 한파에 ‘환기’ 못해 ‘잎곰팡이병’ 피해 속수무책
“추운 날씨로 인해 하우스 환기를 시킬 수 없어 병해충이 발생해도 속수무책입니다”
용인시 남사면에서 20여동의 하우스에 블루베리와 철쭉 등을 재배하고 있는 정보영씨(34)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겨울 들어 한파와 폭설로 인해 실내 습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블루베리 모종과 묘목의 잎에 갈색 반점이 생기고 일부는 잎이 떨어지며 말라죽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잎곰팡이병으로 추정되는 이 증상은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잘 발생한다.
실제 하우스 안의 습도계는 장마철에 버금가는 80%를 가리키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 하우스 바람막이 천도 얼어있었고 천장에서는 온도 차로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이따금씩 모종의 어린 잎으로 떨어졌다.
환기 시 작동하는 하우스 개폐기 주변에는 이미 눈이 얼어붙어 있어 사용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환기만 잘 시켜줘도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속되는 한파 탓에 환기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요즘은 삼한사온이라는 것도 없고 낮에도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다보니 실내 온도 유지하면서 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며 “이마저도 함부로 문을 열었다 얼음조각이라도 떨어져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잎이 순식간에 얼어버릴까 염려돼 환기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계속되는 한파와 눈으로 시설재배지내 저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화훼류와 엽채류의 병충해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14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용인, 안성, 평택 등 동절기 시설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병해충에 대한 정밀예찰을 실시한 결과, 화훼류나 엽채류 농가에 잿빛곰팡이병이나 세균성점무늬병, 탄저병과 같이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조건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들의 확산조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0일까지 경기도의 평균기온은 -5.5℃로 평년 대비 4.9℃ 낮았으며 강수량도 51.5㎜로 평년보다 19.0㎜ 많다.
농기원은 한파와 눈 때문에 시설재배농가들이 환기를 제때 시키지 못해 하우스 안의 습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병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순성 도 농기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생물팀장은 “한파가 계속되면서 저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병해충의 발생증가가 우려된다”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도-시·군 합동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방제지도를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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