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채소값 급등 ‘울상’ 주부들 벌써부터 설 걱정

난방비 ↑·작황 부진 ‘직격탄’ 내달 설 ‘장바구니 물가’ 비상
 배추 작년동기비 4배 치솟아 무ㆍ대파ㆍ시금치도↑ ‘한숨만’

“채소 가격이 많이 올라 선뜻 살 엄두가 안 납니다. 설 전에는 잡혀야 할 텐데, 그때까지 계속 오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서요”

3일 수원 팔달구 못골시장에 장을 보러 온 주부 최모씨(54ㆍ여)는 말이 끝나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올겨울 폭설과 한파가 잦으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농산물 경락가를 보면 배추(3포기)의 경우 1만700원으로 전년 동기(2천700원)보다 네 배 가까이 가격이 치솟았다. 양배추(3포기)도 1만1천900원으로 거래돼 2.6배 상승했으며, 양파(20㎏)는 1만4천원에서 2만4천800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다.

또 무(㎏당 555원)와 대파(㎏당 1천700원)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8배씩 가격이 올랐으며, 풋고추(1.6배), 열무(1.4배), 시금치(1.4배) 등 주요 농산물 17개 품목 가격이 평균 1.5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잦은 한파와 폭설로 농작물 피해가 늘면서 출하량이 20%가량 감소한데다 하우스 재배 작물의 난방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기오 수원시채설작목연합회장은 “강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전년 보다 40∼50% 난방비 부담 상승이 있었다”며 “게다가 작황부진으로 출하시기가 10∼15일 정도 늦어져 가격 상승 폭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통 2개월 주기로 재배, 수확되는 시설 채소류는 겨울 난방비와 출하량이 가격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내달 설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못골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뿐 아니라 전달에 비해서도 가격이 많이 올라 쉽사리 물건을 사가는 사람이 없다”며 “추위 탓에 손님도 없어 이번 설은 유난히 더 고달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날 홈플러스 북수원점 신선채소 판매대에는 싼값에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통시장과 비교했을 때 중량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 채소값만 보고 물건을 내려놓는 고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경훈 북수원 홈플러스 채소팀 대리는 “한파로 지난달부터 매장서 취급하는 88개 신선채소류 가격이 매주 4%씩 오르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오는 설 물가 상승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