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산업의 재발견_ (주)진영프로토] '뿌리산업' 키워야 첨단산업 꽃핀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대략 2만개가 넘는다. 한 대의 완성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저마다의 부품들이 자기 역할을 하며 다른 부품들과 상호작용을 이뤄야 한다. 자동차의 변속기, 엔진 등의 필수요소에는 주조와 금형, 열처리 등 흔히 말하는 3D업종이 자리하고 있다.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 산업이라는 인식으로 3D업종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제조업의 근간을 이뤄내는 중요 산업이다.

‘더이상 3D란 없다’며 뜨거운 용광로와 육중한 기계소리가 굴러가는 현장에서 묵묵히 제조업의 근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화성시 향남읍 송곡리에 위치한 ㈜진영프로토(대표 김성철)에서 남들은 꺼리는 일이지만 함께 일하며 꿈을 이뤄가는 이들의 가슴은 용광로보다 뜨거웠다.

오전 10시, (주)진영프로토의 주조실에서는 용광로에서 알루미늄 쇳물을 녹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6명의 주조실 직원들에겐 기자에게 전해져 오는 화학약품 냄새따위는 느낄 겨를조차 없어 보였다.

현재 진행되는 작업은 자동차 변속기를 만드는 작업으로 엔진 제작 설계를 한 후, 목형을 금형으로 제작한 것을 실제모습으로 생산하기 위한 주조작업이었다. 30년 넘게 주조 일을 해 온 김태신(53)씨와 박호림(48)씨가 알루미늄 괘 2t을 용광로에 넣어 용해한 후, 샌드캐스팅이라는 공법으로 모래와 약품을 믹싱했다.

녹은 알루미늄을 주입대에 넣고 기계를 누르자 육중한 기계소리가 돌아가며 모래가 기계에서 나와 틀에 모형을 만들어냈다. 기계를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작업은 하나하나 직원들의 손기술이 필요하다. 일일이 손으로 알루미늄과 모래 등 원재료를 넣고, 틀에 맞춰 모형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상이 만들어지자, 중간작업이 이뤄졌다.

직원들이 발로 꾹꾹 누르니 형상이 틀에서 빠져나왔다. 알루미늄과 모래는 어느덧 없어선 안될 자동차 변속기로 탄생하고 있었다.

갓 만들어진 변속기의 중간형태를 바라보던 김성철 대표는 “주조와 금형, 용접, 열처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작업”이라면서 “모든 산업의 기초와 모태가 되는데, 우리가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며 자신있게 말을 꺼냈다.

37명의 직원과 대표 등이 기초산업으로 첨단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곳은 자동차 엔진과 선박, 항공 기계 등을 주조와 목형 금형 등의 작업으로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사업장. 대표적인 3D업종이라 꼽히는 주조와 목형, 금형, 가공이 모두 이 공장 안에 밀집돼 있다.

그러나 주조, 금형 등을 처리한다고 해서 단순히 ‘노동의 가치’만으로 물품을 생산해 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주조와 금형 등 뿌리산업과 첨단제품과 기술이 만나 미래산업의 동력을 만들어낸다. 이 곳에서 탄생하는 제품은 자동차 엔진 변속기, 선박, 위성안테나 의 시제품과 수소차, 하이브리드 카, 가로등 하우징 등 미래첨단 제품의 부품을 생산해낸다.

 

김 대표는 “우리 공장안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설계를 제외하고 흔히들 말하는 3D 작업들이다. 그러나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세밀한 가공과 작업들, 기술력으로 제품을 생산해 해외바이어들과 연구소에서 찾아와 제품을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바이어 상담회를 15차례 진행했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미국에서는 2만 달러, 국내에서는 1만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첨단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력과 생산력으로 앞으로 더 넓은 해외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튼튼한 생산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의 융합, 직원들의 전문적인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설계-주조해석-목형, 금형작업-주조-검사-가공-측정-조립-출하로 모든 작업이 공장 안에서 이뤄지니 직원들은 10여개에 달하는 제품의 제작과정을 익힐 수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지인의 추천으로 이 곳의 가공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최민주씨(28)는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한 달간 일해보니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10년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며 “내가 생산해낸 제품이 첨단 제품으로 재탄생되는걸 보면 너무나도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직원들이 이런 자부심을 갖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작업 환경상 열악할 수밖에 없고, 업종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할 때마다 애를 먹어야 했다.

 

더이상 이 직종이 회피직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김 대표는 기술력에 앞서 회사의 작업환경 개선과 직원 복지를 첫 번째 우선 목표로 삼았다.

직원들에게는 전문분야를 키워주겠다며 미래를 보장했고, 작업장은 최대한 위험하지 않고 위생적이게 탈바꿈했다. 이로 인해 클린 사업장, 뿌리산업 지정등록 사업장, 유망 중소기업 등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인정받은 자격만해도 수십가지에 달한다.

김 대표는 “부품과 소재산업에는 그 기초가 되는 금형과 목형, 주조 생산 등이 있다는 걸 알고 더이상 3D로 보지 않길 바란다”며 “엔지니어들의 손기술이 더해진 첨단 예술산업은 어떻냐”고 웃으며 되물었다.

육중한 기계소리와 불을 내뿜는 용광로가 있는 뜨거운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은 마치 장인처럼 각종 도구와 기계들로 알루미늄을 녹이고 금형을 제작해, 오늘도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뿌리산업, 정부의 지원 절실

일본의 도요타와 독일의 벤츠, 스위스의 시계 등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제조업에서 근간을 이룬다. 세계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조선, 중공업, IT 산업이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기까지는 주조, 금형, 열처리, 용접, 표면처리, 소성가공 등 6대 뿌리산업의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조업의 중심이자 시작을 이루는 국내 뿌리산업은 3D산업, 공해업종으로 인식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3D 업종으로 근로자들이 기피하고 있는 업종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완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좌우하는 뿌리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뿌리산업진흥센터로 지정했다.

그러나 가야 할 길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은 “뿌리산업 대부분을 중소기업에서 담당하고 있는만큼 이들이 기술을 혁신하고, 작업환경을 개선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뒷받침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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