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계를 비롯해 지역, 학계 등에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갈등은 좀처럼 치유되지 못한 채 분열만 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불과 십여일 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도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경쟁을 넘어서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인 것은 이같은 사회상을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학연, 지연, 이념 등을 넘어서 소통과 화합, 공존만이 시대의 희망이라는 생각엔 모두 이견이 없는 만큼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의 집단이자 미래 및 기성세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대학’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국내 명문대 중 하나인 성균관대학교를 이끄는 김준영 총장으로부터 공존을 위한 대학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공존의 참의미는.
사회가 개방화되고 선진화되면서 다양한 목소리와 서로 다른 생각이 분출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도 세대 간의 가치충돌, 국제사회와의 이해관계, 지역간 편차 등 분열과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하나의 잣대로써 다원화된 사회의 욕구를 총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서로 다름(차이점)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균형점을 찾는 포용과 절제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공존이다. 인류역사는 분열과 갈등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공존의 지혜를 도출하면서 진화ㆍ발전해 왔다고 본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자인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편적으로 기성세대는 보수적인 성향이, 미래세대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금년에 치러진 총선과 대통령선거 결과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미래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치 충돌이 세대 간의 갈등과 적대감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 특히 집권여당은 국민통합과 마음의 치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여기에 미래세대를 교육하고 있는 대학의 역할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래세대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면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갖춘 인성교육이 더 강조 되어야 한다.
또한 세대 간 서로 이해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역사인식과 역사관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역사교육과 역사체험을 통해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전개될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넓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와 공존을 위해 미래세대가 갖춰야 할 역량은.
미래세대는 세계화속에서 글로벌사회와 소통하며 활동할 세대다. 우선 다른 나라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익히고 언어를 습득해 글로벌사회와 소통역량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세계화의 흐름, 특히 글로벌경제, 금융, 국제관계 등 핵심적인 정보와 가까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세계화가 정치, 경제, 사회영역을 넓혀서 우리의 삶 속에 침투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민으로서 소양(素養)인 윤리, 역할, 책임감, 협동심도 배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성과 미래세대의 갈등 원인 중 하나는 미래세대가 느끼고 있는 복지정책에 대한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젊은 세대가 은퇴한 기성세대의 복지비용을 상당히 부담하고 있고, 그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자식들이 부모님들을 부양하는 충효의 관습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퇴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차원의 복지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세대가 은퇴 후 준비를 적어도 10년 전에는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복지정책에 있어서 미래세대와 기성세대의 지속가능한 공존은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투자를 해주는 대신, 미래세대가 생산한 부가가치(소득)의 일정 부분을 기성세대의 복지에 재투자해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임기가 절반 가량 지났다. 총장을 맡으면서 추진하고자 했던 목표들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면.
올해는 우리 대학교가 한국 고등교육의 첫 문을 연지 615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우리대학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한국사회와 글로벌사회에 공헌하는 큰 대학으로서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학이 지향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서 글로벌리딩대학의 목표다.
2020년 아시아 톱 10위, 세계 톱 50위권의 글로벌리딩대학으로 발돋음하는 것이 우리대학의 비전이다.
제 임기 중반인 현재 성대는 세계 100위권, 아시아 20위권 그리고 국내종합대학 톱 3위로서 성대의 비전인 글로벌리딩대학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가운데 우리대학은 지난해 4년제 종합대학 중 취업률 1위(68.9%)로 사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적 수준은 높지만 세계대학순위는 낮은 편이다. 대안은.
한국 대학의 세계적 수준은 글로벌 사회에 대한 공헌도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 연구, 대학문화에 있어서 한국대학들의 기여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본다.
한국 대학에서 키운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기여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권위 있는 연구업적이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교수들이 국내 대학 캠퍼스를 찾고 즐기면서 다 함께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대학문화가 더 심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평소 통섭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중심의 사회에서 사람중심으로 가치기준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뛰어난 기술로 만든 제품이 인간과 어떻게 교감하고 즐거움과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그야말로 ‘소프트이노베이션’(Soft Innovation)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이 통섭적으로 녹아들어가야 창조적인 혁신이 이뤄진다.
우리대학은 통섭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선도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통섭적 소양을 쌓도록 다각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에너지과학과, 융합의과학대학원 등 다양한 융복합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과목의 벽을 허물고, 디자인, 설계, 예술 등 통섭적 마인드를 체험할 교육과정도 개발했다.
나아가서 통섭적인 사고와 토론을 실습할 융합창의존도 설치하여 교육에 접목하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거시경제학자로서의 새해 경기 전망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도 힘든 해(tough year)가 될 것이다. 선진권의 경기침체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시장이 위축될 것이다.
가계부채 누적으로 인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고, 기업도 감량경영과 구조조정으로 투자가 살아나지 못해 내수시장 또한 활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새해에는 경제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기활성화와 소득분배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공존이라는 맥락에서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대학과 기업은 바늘과 실처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대학은 산학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 산학협력최우수대학으로 평가, 선정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자연과학캠퍼스가 위치한 수원은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대학은 깊이 있고 폭넓은 다양한 산학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과 맞춤형 인재양성(예 반도체, 모바일, 소프트웨어, 제약 등 20개 분야), 기술지원, 기술이전, 첨단기술 및 특허개발, 산업체인력 재교육 등 매우 성공적인 산학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소통하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대학은 교수와 학생 등 다양한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씽크탱크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이 지역사회의 물적, 정신적, 문화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공간이 더 넓혀지면 좋겠다.
대학의 강의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다든가, 지역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교육을 통한 상생의 길이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끌 기술개발과 관련 기업유치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연구와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모색할 수 있겠다.
박수철기자 scp@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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