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커피에 동네 자판기는 죽을맛

달달한 커피 당기는데… ‘동네 자판기’ 어디갔을까?

120여대의 자판기를 운영하던 이모씨(43)는 최근 3년 동안 40여대를 처분했다.

수원 대학가와 터미널 주변에서 자판기를 운영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이씨는 지난 2009년이후 Y대학과 S대학 주변 상권을 중심으로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와 소형 테이크아웃 카페가 속속 입점하면서 매출이 해마다 20∼30%씩 급감했다.

그 결과 이씨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고자 해마다 10여 대의 자판기를 회수해 중고 매물로 넘기는 등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와 식당 공짜 커피 등이 인기를 끌면서 서민들의 차문화를 선도했던 길카페(커피자판기) 운영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이 자판기 사업에 뛰어들어 영세 자판기 업체들은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24일 한국자동판매기운영협동조합에 따르면 경기 도내 커피자판기 신고 업체 수는 지난 2007년 1만300여 곳에서 2011년 5천200여 곳으로 5년 사이 절반이 넘는 50.4%의 자판기 업체가 줄어들었다.

화성시 봉담읍에서 자판기 임대업을 하는 김모씨(38) 역시 주변 주유소와 상가 등에 설치했던 자판기 23대를 회수해 이 중 12대를 고철로 넘겼다.

김씨는 청소와 재료 교체를 위해 매일 수시로 점검을 하고 있지만 수금되는 동전은 갈수록 줄어 건물주에게 내는 임대료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카페 우후죽순에 매출 ↓

회수ㆍ처분 신세…영세업자 보호 시급

특히 최근 식당을 중심으로 ‘미니커피자판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식당주가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커피를 ‘공짜’나 ‘100원’에 판매하고 있어 매출 하락폭은 더욱 벌어졌다.

김씨는 “장사가 잘될 때는 한 대에서 매달 200만∼300만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금은 재료비조차 건질 여력이 없다”며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자판기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자동판매기운영협동조합 관계자는 “동네 슈퍼나 전통시장처럼 자판기 사업도 대부분 영세하거나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업자가 많다”며 “영세 업자 보호 차원에서 미니자판기 등록제나 공짜 커피, 카페 입점 규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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