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기념해 황석영,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출간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황석영이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전적 작품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刊)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의 반세기 삶은 파란만장했다. 자퇴와 가출, 자살시도, 막노동 떠돌이 생활, 베트남전 참전, 방북, 해외체류, 수감생활 등 그의 삶은 우리 근현대사와 함께해 왔다. 황석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격동의 시대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그릇’인 것이다. 그는 당대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서 단 한 번도 직면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번에 펴낸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의 주인공 ‘이신통’은 중인 계급 출신의 이야기꾼이자 동학 혁명가인데 격변하는 한반도에서 평생 소설과 사회운동을 병행해온 황석영 자신과 여러모로 닮았다. 아바타처럼 말이다.

황석영 작가는 “이번 장편이 반세기의 글쓰기를 결산하는 작품”이라며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세기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봉건왕조가 무너져가던 때로, 민중의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학은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 의지가 담긴 사상이었고, ‘이야기꾼’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존재로, 이신통을 통해 작가의 담론을 펼쳐낸다.

19세기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 작품인만큼 대하소설을 써도 충분할 만큼 방대하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단 한 권으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진정한 압축의 미를 보여준다. 그만큼 밀도 있고 탄탄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절, 1962년 월간 사상계에 단편 ‘입석부근(立石附近)’이 당선되면서 작가로서 첫발을 디딘 황 작가. 반세기 문학을 “사실은 뒷간에 갔다왔더니 인생이 다 갔다. 뭐든 한 분야에서 10~20년을 하면 달인 소리를 듣는데 글쓰기는 달인이 없구나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작가로 반세기를 살아왔으면 이야기가 술술 튀어나와야 하는데 이번 작품 쓰면서도 애먹었다고 엄살을 떨었다.

황석영은 삶의 밑바닥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포착해 민중적 전망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다. 그는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만년문학에 뛰어 들어 청년기 때처럼 중ㆍ단편을 쓰고 싶다 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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