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외암리 민속마을

충청도 양반이라고 했던가. 500년 전에 형성된 반가 고택과 초가가 있는 마을 앞엔 넓은 시냇물이 흘렀다. 영암댁, 참봉댁, 교수댁, 참판댁 등 유서 깊은 집들의 택호도 멋지다. 보일 듯 말 듯 나지막이 둘러싼 돌담은 무엇보다 정감 있고 가지런하다. 벗어 놓은 갓처럼 봉긋 솟은 설화산 너머엔 맹사성의 고택이 있는 맹씨행단이 있으니 이 지역은 분명 대표적인 반촌이다. 천수만을 지날 때 하늘위의 철새 떼가 겨울로 가는 부호를 그리며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시가 떠올랐다. <하늘 전광판에 문자뉴스 몇 줄 떠오르며 스쳐간다. 겨울 전선 급속히 남하 중 지나가던 허수아비들이 일제히 멈춰 서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기러기 행군’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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