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어딨니? 휴대폰 요금보고 기절

통신비 인하·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자급제 휴대폰’ 20곳 돌았으나 허탕

제조사ㆍ대리점 ‘수익 문제’ 전용 단말기 출시ㆍ판매 꺼려

이통사 보조금 지급도 한 몫 이용자, 전체가입자의 0.16%

L씨(55ㆍ여)는 최근 20만원대 스마트폰(자급제 단말기)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번 기회에 오래된 휴대폰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수원의 한 대리점을 찾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매장에 들어섰지만 직원은 자급제용 휴대폰 물량이 없다며 화면도 크고, 성능도 월등한 스마트폰을 ‘공짜’에 주겠다며 L씨를 부추겼다.

L씨는 직원이 동그라미 친 곳에 서명만 하면 바로 개통해 쓸 수 있다는 말에 별다른 설명을 듣지 않고 선뜻 2년 계약을 했다.

한 달 후 요금고지서를 받아 든 L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꾸기 전 매달 2만∼3만원에 불과하던 요금이 10만원 넘게 청구된 것이다.

놀란 마음에 대리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기기 값이 없는 대신 9만원 요금제에 가입한 것”이라며 “가입 당시 동의한 내용”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L씨는 “버스 정보나 시계를 보는 것 외에는 쓰지도 않는데 공짜란 말만 믿고 계약해 매달 10만원씩 요금을 2년간 꼬박 내게 생겼다”며 하소연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와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힐 목적으로 시행한 ‘단말기 자급제’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자급제란, 제조사로부터 직접 휴대폰을 구입해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16일 방통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통사 대리점을 거치지 않은 자급제 전용 단말기 이용자 수(9월 기준)는 8만6천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0.16%에 불과하다.

이처럼 가입자 수가 저조한 데는 수익 문제로 제조사가 전용 단말기 출시를 꺼리고 있어 소비자 선택 폭이 지나치게 협소한데다 이통사 간의 보조금 지급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각 통신사는 고객 유치 경쟁으로 공공연히 10만∼4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을 관행화하고 있어 제값 주고 사는 자급제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급제 단말기를 취급하는 대리점 차원에서도 보조금 지급 명목으로 비싼 요금제나 각종 부가서비스 가입을 유도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대부분 판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리점이 밀집한 수원역 인근 대리점 20곳을 돌아본 결과, L씨의 경우처럼 ‘물건이 없다’ 등의 이유로 구입이 가능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지난 6일부터 전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한다던 8만9천원짜리 자급제 단말기 역시 도내 10여 곳에 문의한 결과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별도 연구반을 구성해 통신사-제조사 간 유통 구조와 보조금 지급 규제 등의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조기 정착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