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오늘은 쉽니다” 홈플러스 휴무 효과는?

대형마트ㆍSSM 자율휴무 첫날
“쉬는 줄 몰라” 시민들 헛걸음 한파속 전통시장 여전히 썰렁

“협의없이 평일 휴무 지정

유통법 개정 막기위한 꼼수”

중소상인들 볼멘소리

“오늘 무슨일 있어? 홈플러스가 왜 쉬는 거야”

전국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첫 자율휴무에 들어간 1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 홈플러스 앞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과 이를 막는 직원들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매장 입구에는 ‘중소상인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매달 둘째, 넷째주 수요일에는 자율휴무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충분히 고지가 되지 않았던 탓에 수많은 시민들이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북수원점 측은 이날 오전에만 도보 170명, 차량 300대가 매장을 찾았다 돌아갔다고 밝혔다.

주부 전모씨(43)는 “쉬는 날인 줄 모르고 장을 보러 나왔는데 오늘은 그냥 버티고 내일 다시 올 것”이라며 “시장은 불편하고 물건도 많이 없어 잘 안 가게 된다. 당장 급하게 살 것은 없어 괜찮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반경 500m 안에 있는 조원시장은 홈플러스의 휴무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에 손님까지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수원 팔달구 우만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위치한 M슈퍼마켓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휴무에 들어간 롯데슈퍼를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사장 이모씨(51·여)는 “몇 달 전에도 일요일 휴업을 찔끔 하다 말더니 이번엔 또 평일 휴무냐”며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경기는 갈수록 안 좋아지는데 길 하나 사이에 두고 SSM이 들어오니 상생이 아니라 같이 죽자는 소리”라고 한숨지었다.

이처럼 대형유통업체가 스스로 나서 한달에 두번 휴무에 돌입했지만 인근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게 모두 불만을 사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중소상인과의 협의없이 매출이 가장 적은 수요일을 휴일로 지정해 진정성이 결여됐다”며 “이번 자율휴무는 유통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한 꼼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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