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접어야 하나…” 폭설이 야속한 재래시장

때이른 강추위에 눈까지… 손님 ‘발길 뚝’ 상인 ‘발동동’ 허탈감에 곳곳 문닫는 상점도

“올 겨울 한파가 심하다던데 이러다 수십년 해 온 장사도 그만둬야 되겠어”

5일 오후 1시 흩날리던 눈발이 대설로 바뀌자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화서시장 여기저기서 상인들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새벽부터 대설예비특보가 발표된 것을 확인하고 왔지만 상인들은 눈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올해 유독 이른 강추위로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한데다 눈까지 내리면서 장사를 일찌감치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추위가 빨리 오면서 상인들은 마음은 시리기만 하다. 경기불황에 더해 이른 한파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예년보다 뚝 끊긴 것이다.

화서시장에서 15년째 두부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씨(59ㆍ여)는 “올해들어 날씨가 빨리 추워져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예년보다 30% 가량은 줄어들었다”며 “손님을 끌려고 두부가격도 2년전 가격인 1천500원을 받고 있는데도 요즘 저녁 6~7시만 되면 손님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발이 더욱 세차가 굵어지자 이따금씩 시장을 찾던 손님들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

손님을 기다리며 상점 앞의 눈을 부지런히 치우던 상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A식품가게는 이날 오후까지 아예 마수걸이도 못하고 폭설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

“접자, 접어”식품을 파는 상인 김모씨(58)가 물품을 덮었던 비닐덮개를 걷어내고 물건을 하나 둘 넣기 시작하자 인근 상인들도 하나 둘 상점 문을 닫기 시작했다.

겨울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는 손님을 기다리며 활기찼던 화서시장은 한참 손님 맞을 채비에 바쁠 오후 2시 30분께 100여곳 중 약 20여곳이 문을 닫았다.

인근 파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오후 3시 역시나 손님들의 발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함이 흐르는 가운데 5~6곳의 상점이 문을 닫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 시장은 아케이드 설치나 주차 시설 등이 돼 있지 않아 이같이 날씨로 인한 수입급감을 막으려면 손님들을 모을 수 있는 시장 현대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채소장사를 하는 배모씨(62ㆍ여)는 “작년에는 이상기후로 물가가 올라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올 겨울에는 추위가 사람을 잡는다”며 “언제까지 날씨 등의 요인으로 매출급감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상 지었다.

이런 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에서는 하염없이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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