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호의 보물읽기]마애종

안양 석수동 안양유원지의 바위산 아래에는 조그마한 목조 보호각이 있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현전하는 암벽에 새긴 마애종이 모셔져 있다.

마애(磨崖)란 석벽에 글씨나 불상 등을 새긴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글씨, 불상, 보살상, 탑 등을 많이 새겼다.

이 마애종은 535×550㎝ 정도의 커다란 암면을 고르게 다듬은 뒤 음각과 양각의 부조형태로 조각하였다.

벽면 중앙에 범종을 중심으로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어 거기에 쇠사슬로 매달아 놓은 종을 새겼는데, 소리 울림을 도와주는 용통이나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의 모습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종의 윗부분에는 사각형의 유곽을 두 곳에 배치하고, 안에는 돌출된 9개의 유두를 양각하였다.

종의 가운데에는 종을 치는 부위인 당좌를 꽃무늬로 3군데에 새기고, 오른쪽의 승려가 긴 당목을 이용하여 종을 치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아랫부분에는 음각선을 두른 전체적으로 약간 벌어진 형태의 종이다. 마애종에서 주목할 점은 첫째 안양(安養)이라고 하는 지명이 불교식 지명이며, 이곳과 인접한 곳에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인 중초사지(中初寺址)와 고려초기에 건립된 사찰인 안양사지(安養寺址)가 자리잡고 있어 이 마애종은 이들 사찰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비록 바위에 부조로 새긴 종이기는 하지만, 그 표현수법이 청동제 한국 범종의 양식을 충실하게 묘사함으로써 고대 범종의 변천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며, 셋째 종을 치는 도구인 당목을 표현함으로써 고대 당목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는 점이다.

이 마애종은 종과 종을 치고 있는 스님을 사실적인 비례감으로 표현하였고, 실제 청동제 한국 범종을 보는 듯 조각수법도 매우 우수하여 인근의 중초사지나 안양사지에 전해지는 여러 석조문화재에 비견될 만큼 매우 중요한 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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