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떨궈 낸 나무들의 외로운 풍경. 바스러질 듯한 잎들을 아직 떨쳐내지 못한 활엽수들마저 허전하다. 자식들을 대처에 내보낸 부모 같고, 혼기를 놓쳐버린 청춘남녀 같기도 하다.
인간도 나무도 더불어 숲을 이루고 살아야 아늑한가보다. 남녘의 매화 보러 떠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 지나 겨울이라니. 아궁이의 장작불처럼 타버린 세월, 난로 위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나지막이 생을 속삭인다.
수생식물이 자라는 호수도 나무들을 물구나무세운 채 차갑다. 북적대던 수목원은 한해를 정리하는 발걸음처럼 고즈넉하다. 붉은 메타쉐카이어 가로수길, 온몸을 비틀어대는 향나무, 물방울 온실에는 세월 모르는 꽃들이 어둠속의 빛처럼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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